1. <폐허의 도시>- 폴오스터
그간 왜 이 책을 안 읽은지 모르겠다. 내 기억으로는 대화가 짧을 걸 봐서 지루한 것만 같아서 그런것 같다(사실 제목도 그렇다). 결국에는 이 책을 건너 뛰고 <환상의 책>을 읽어 버렸으니, '폴 오스터는 지루한 미국 작가다'라고 착각하는게 당연하지. 사실 이 책은 <환상의 책>보다 재미있다. 언론의 서평처럼, '현대판 지옥'이 무엇인지를 간략하고, 뚜렷하게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방금전에 눈앞에 있던 것이 갑자기 사라지고 없다. 영속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짧은 문장은 힘이 있고 의미가 뚜렷하게 잘 드러난다. <난장이 연작>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 역시 그 예외가 아니다. 조세희의 그 특유의 짧은 문장들로 인해 앉은뱅이의 오금이 붙은 다리로 꿈쩍거리는 동작이라든가, 난장이가 날린 종이 비행기는 그 자체의 무게감을 가진다. 그 무게감이 책을 읽는 나를 조금씩 짓누른다. 그가 쏘아올렸다는 작은 공의 무게감은, 복부를 파고드는 허리띠처럼 내 머리를 옥죄며 먹먹하게 했다. 난장이는 단순한 세상을 꿈꿨다. 하지만 그에게 던져진 세계란 단순하지않아, 그 세계는 그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 고통이란 어쩌면 달의 중력을 가진 세상에서, 지구의 중력을 가진 세상으로 오면서의 오그라드는, 그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
3.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김연수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 김연수는 왠지 나한테 좀 어렵게 읽히거나, 지루하게 읽힌다. '뿌넝숴'나 '거짓된 마음의 역사'같이 재미있는 단편도 여러편 있었지만, 나머지는 이해불능이거나 그다지 재미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4. <카스테라>- 박민규
그는 변함없이 파격적인 문체와 감각적인 위트, 엉뚱한 해프닝을 펼치고 있었다. 펑키 스타일의 머리와 선글라스를 생각하면, 여전히 쾌활하다. 하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구영웅전설>를 읽을 때처럼 웃을 수 만 없었다. 뭐랄까, 그때와는 다르게 세상에 한걸음 내딛으면서, 소설 속 세상과 현실의 세상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신체의 안전선은, 당연하게도 노란 안전선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안이라는, 그 문장 한마디가 늘어진 카세트 테이프의 목소리마냥 진득하게 달라붙는다. ★★★★☆
5.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2번 읽음)- 호어스트 에버스
시험기간에 읽을 책을 고른다는 건 참 난감한 일이다. 소설 몇 페이지 읽으면 감질나 미치겠고, 그렇다고 만화를 보자니 몇 권이고 몽땅 다 읽고 만다. 그래서 가끔 짧고,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책이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이 있어 그나마 시험기간에 머릿속 퓨즈가 틱틱거리지 않은 것 같다. 중독성도 있지만, 그래도 어렵게나마 책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여유는 남겨둔다.★★★★★
이번 달 총 6권
지금까지 66권..(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