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을 갈 때마다 베스트셀러 칸에 있던 이 책을 들었다 났다 했었다.

그러다가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자꾸만 생각나서 너무 일상적인 글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었었다면

난 처음에 가졌던 그런 선입견 없이 두 책 모두를 아주 좋아하게 됐을 것 같다.

 

그렇게..몇 번을 그냥 지나치던 이 책을

친구 S.M이 읽었는데 너무나 좋았다며 빌려줬다.

근데 이 책 정말 좋았다. 그래서 출퇴근길 3일만엔가..다 읽은 것 같다.

 

내가 선입견을 가졌던 게 너무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좋았다.

에세이답게 진솔한 이야기가 좋았고,

억지로 교훈을 줘야지! 마음먹고 꾸민 듯 쓴 글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사사로운 지극한 일상적인 글과

그녀의 작은 빈틈들 덕분에 깨달아진 교훈들을 나눔으로

참 인간적이고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녀가 깨닫게 된 교훈들이 전이되어

나에게도 동일한 교훈들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할머니는 말버릇처럼 아주 하찮은 일에도 운명의 장난으로(by twist of fate)’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예를 들어 운명의 장난으로자기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드라마를 보려는데

마침 그때 중요한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든가,

같이 사는 조카가 시금치를 사러 갔더니 운명의 장난으로그날따라 시금치가 떨어졌다든가 등등,

좀 우스운 일에 까지 운명의 장난을 갖다 붙였다.

.....

운명의 장난에 대해 탄식조로 말하던 그녀가 갑자기 생기를 띠며 말했다.

그런데 영희 운명의 장난은 항상 양면적이야.

늘 지그재그로 가는 것 같아.

나쁜 쪽으로 간다 하면 금방 , 그것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군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일이 생기거든."

 

대학교 2학년 때 읽은 헨리 제임스의 <미국인>이라는 책의 앞부분에는,

한 남자 인물을 소개하면서

그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글살금 걸었다라고 표현한 문장이 있다.

나는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

……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깨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흑백을 가리듯

좋은운명과 나쁜운명을 가리기는 참 힘들다.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은 다시 좋은 일로 이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운명행진곡 속에 나는 그래도 참 용감하고 의연하게 열심히 살아왔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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