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요동치는 어느 한 네모진 집 안을 보는 느낌으로 <다행한 불행>을 읽었다.
나는 곧잘 고요한 밤, 새벽 시간에 새어 나오는 창문의 빛을 보며 '저 집의 밤은 어떠한 모습일까?'라고 상상하곤 한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자기 전까지 잠 못 드는 부모님 방의 불빛일 수도 있고, 외국의 시차에 맞추어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재택근무자의 방 형광등 빛일 수도 있다. 귀가하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빛일 수도 있고, 술 한잔 기울이며 야식을 먹고 있을 수도 있고 쳇바퀴 도는 언쟁으로 흐르는 시간을 실감하지 못하는 어떤 부부의 빛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네모진 집이 차곡히 쌓인 아파트 안에서 우리들은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