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얼굴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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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Grow Review

나의 얼굴에서 너의 얼굴로,

날씨와 얼굴

이슬아 칼럼집





럼 필사 챌린지를 통하여 이슬아 작가의 칼럼을 많이 접했다. 전에는 칼럼보다는 <가녀장의 시대>를 쓴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주옥같은 칼럼으로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어야지만 왜 이 책 제목이 <날씨와 얼굴>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눈 밝은 어느 독자를 생각하며]라는 글을 읽을 때 '날씨를 만지며 감각하는 사람의 언어다'라는 표현에서 그 이유가 와닿았다. 그리고 감탄했다.

이슬아 작가는 어쩜 이렇게 칼럼과 인터뷰지, 에세이, 소.설 등의 장르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가!

날씨와 얼굴, 매일 접하는 일상이다.

나는 아침에 아이들과 집을 나서 자동차 시동을 켜는 것이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이다. 차에 타면 항상 환기차 창문을 열어 그 날의 공기를 느낀다. 생각해 보니 그 공기가 그 날 날씨이고 얼굴로부터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매일 길을 걷다 보면 마주하는 얼굴들. 우리가 비록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빛을 건네지 않고 스쳐 지나가도 우리는 서로 얼굴을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택배 노동자이고 이주 여성들이고 건물 미화원이고 농업인이며 유족 등이다. 이슬아 작가의 표현을 빌려 누구의 주변에나 있을 법한 노동자인 동시에 유일무이한 개인인 '이웃 어른'인 것이다.

<날씨와 얼굴>의 칼럼들을 읽다보면 진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같다. 허구적인 요소 없이 직관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야기라 하면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내세울 만한 경험과 노하우로 가득 차 꿈과 희망을 사로잡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다르다. 한 명(命)의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의견 차이를 낼 수 있는 쟁점을 품는 단어들을 무심히 내뱉는다. 그리고 단어를 곱씹어 보기도 한다. 그 단어는 어느새 은은하면서도 잔잔하게, 몸서리치도록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다. 당장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이 드는 뒷전의 이야기까지도 잔상으로 맴돈다.



유족들은 너를 위한 나의 변신을 해내는 중이다. 장덕준 씨가 노래했듯 '아주 많은 처음'을 겪으며 자신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듣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시선을 지닌다. 생방송에서 정혜윤은 키츠의 시에서 한 문장을 들려주었다. "우리 사랑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하지 않으리." 그것은 슬픔과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미래를 꿈꾼다는 말과도 같다. 아직 오지 않았으나 와야만 할 미래다. 사랑으로 가슴 아픈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들을 진정으로 듣는 사람들이 그 미래를 오게 할 것이다.

날씨와 얼굴, 이슬아


종종 헌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글쓰기라는 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내 질문에 대답해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게 글쓰기 같다. 그러므로 생소한 얼굴들에 대한 궁금함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싶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멈추지 않고 싶다.

날씨와 얼굴, 이슬아


새로운 언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등의 모습을 처음으로 조명하기도 한다. 온갖 아픔을 다스리는 이들에게 더 다양하고 정확한 말들을 건네고 싶다.

날씨와 얼굴, 이슬아


칼럼이 이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온전히 흡수하고 싶은 책 중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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