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배 전쟁 - 코로나 시대, 예배와 목회의 26가지 물음에 답하다
안재경 지음 / 세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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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는 게 정말 힘든 나날들이다. 코로나는 많은 사망자를 내고 전염력도 높지만 적당한 치료약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으로 생활방역에 힘을 쓰고 있지만 언제 이 모든 것이 끝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사회 전체적으로 힘이 빠지고 지친다. 이런 재난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예배해야 할까. 


이 책은 '비대면 예배'라는 말 대신 '가정(개인) 경건회'라는 이름으로 공예배와 공예배가 아닌 것을 구분짓고 예배의 순수성을 지켜가려는 작가와 한 교회의 기록이다. 내가 '기록'이라고 말 한 이유는 이 책이 현재 비신앙인들과 신앙인들 스스로가 교회를 보며 묻는 질문들을 간추려 모아 놓아 그것만 보아도 교회의 영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며 또 책의 뒷부분에 '코로나 예배 일지'가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예배일지'에서는 2019년 말에 코로나가 처음 발발하고 2020년 2월 우리나라에 첫 감염자가 발생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사회의 흐름과 온생명교회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예배의 기록이 적혀있다.



재난 시기에 민간의 삶의 기록은 중요하다. 올해 '아카이빙' 수업을 통해 배운 사실이다. 재난시 공기록이 담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의 기록. 그것들은 시간이 지났을 때 사회현상을 다시 해석하게 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일본 대지진때 만들어진 민간기록들을 보고 그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공기록은 공기록으로서의 대중성과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사기록은 그 공기록과 함께 실제로 사람들이 재난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일상 생활을 살아갔는지를 보여주면서 재난의 현장을 더 생생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미래에 비슷한 재난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게 됨은 물론이다.


그런 시각으로 이 책을 봤는데 꽤 놀라웠다. 책의 첫 파트를 담당하는 '코로나 시대에 예배하는 교회를 향한 26가지 질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했다. 재난의 시대. 사회는 교회를 어떻게 보는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그것만 보아도 교회의 영적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질문들이 너무 사실적이고 적나라해서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실은 나조차도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6개의 질문 모두가 꽤 촌철살인이면서 놀랍게도 교회와 예배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시대에 사람들이 교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아닌가? 사람들은 '예배'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비신앙인들도, 신앙인들도 '예배'에 대해서 묻는 이 때. 우리는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교회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위기를 예배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로 바꾼 것 같다. 그래! 예배가 뭔지 같이 한 번 들여다보자!



그렇게 해서 이 책은 예배는 왜 모여서 해야 하는지, 성찬이 무슨 의미인지, 일주일에 한 번 교회를 가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온라인으로 보는 예배가 왜 공예배를 대체할 수 없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이 기회를 잘 잡고 우리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 26개의 질문을 통틀어 답변에 담긴 주장이 일관되었고 한국교회의 예배에 대한 답답함과 진지함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배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신학적인 설명도 곁들여 이것이 작가 혼자만의 생각이나 판단이 아니라는 증거를 세워주어 든든했다.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 상황이 오히려 신자들에게는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보고 공동체를 더 잘 세워나갈 수 있는 사람 사이의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시점이라는데에 큰 공감을 했다.


📍다시 예배 전쟁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면, 우리는 차제에 우리의 예배를 재발견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해 왔던 예배가 과연 어떤 예배였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 코로나가 물러가고 이대로 이전의 예배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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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경, 코로나 예배전쟁, 세움북스, 2021, 59쪽



완독을 하고 나서 한동안 '와, 공예배를 사수하기 위한 저런 방법도 있었구나!' 했다. 대면공예배를 할 때 집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경건회'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오히려 성도들이 예배에 대한 갈망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 그런 방식들은 책에 나와있듯이 교회마다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한에서 자유롭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기에 용감하게 그런 행보를 하고 있는 온생명교회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다만 한가지 살짝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한 사람이 전체의 사회현상을 모두 조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중간중간 개인적인 생각과 시선이라고 느낀 부분들이 있었다. 사회를 향한 몇몇 진단들은 작가에게 그렇게 표현한 근거와 주장을 묻는다면 결국엔 개인의 판단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도 극단적이거나 과한 해석이라고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읽으면서 독자들이 판단에 참여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이 시대의 나의 신앙기록을 해볼 필요가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시기도 굉장한 재난의 시대인데 왜 기록할 생각을 못했을까? 뜨금하면서도,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사회에 대응하는 나의 신앙을 잘 돌이켜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우리가 교회를 돕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코로나는 '홀로 서라'는 사인이 아니라 '함께 서라'는 사인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홀로 서야겠다고 결심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함께 서야겠다고 다짐해야겠습니다. 코로나는 우리가 그동안 지나치게 의존해 왔던 것, 또한 우리가 홀로 서려고 했던 것, 양자를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홀로 서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와 함께하기, 성도들과 함께하기를 잘해야 합니다.

-안재경, 코로나 예배전쟁, 세움북스, 2021, 80-81쪽


책 제목이 말하듯 정말 코로나 시기의 예배는 전쟁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위기의 시대를 회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작가의 시선이 반갑고 고마웠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같은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희미하게, 어렴풋이 잡히지 않는 코로나 신앙생활을 하던 많은 신앙인들에게 반가운 길잡이가 되어주리라고 생각한다. 강력히 추천하는 책!!

벌써 재작년 11월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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