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사지 않아도 얻고, 버리지 않아도 비우는 제로웨이스트 비건의 삶
이은재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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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며 느끼는 가장 큰 괴로움은 쓰레기가 많이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 52시간 넘기지 않으려 아등바등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에게 천기저귀는 자살행위요, 물티슈 없이 영유아 키우는 건 너무 힘들다. 그러나 늘 가슴 한 켠이 돌덩이 얹힌 듯한 기분이었다. 사는 게 탄소 덩어리고 지구에 해를 끼치는 걸 쓰레기봉투를 묶어 버릴 때마다 느낀다.



두 아이들에게 사계절을, 맑은 물과 공기를, 제철 음식을 계속 먹을 수 있는 지구를 주고 싶다. 중금속과 화학물질과 물을 물처럼 (...) 쓰는 디스플레이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ㅠㅠ 책을 읽으며 두 아이를 키우며 지금 내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변화들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비닐 한 장이라도 덜 쓰기, 회사에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먹지 않을 밑반찬 거절하기, 소포장 거절하기, 육류 소비 줄이기.



어느샌가 욕실을 가득 차지한 액상 워시류들을 모두 비누로 바꾸고 있다. 이전에 산 / 선물받은 것들은 소비하고 그 이후엔 더 사지 않고 비누를 쓰는 식으로. 화장품의 갯수도 확 줄었다. 옷을 사는 빈도도 크게 줄었다. 택배 배송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최대한 모아서 한 번에 주문하려 한다. 고기를 먹는 횟수를 줄였다. 사실 평일 세끼 회사 밥을 먹는 처지라 메뉴 선택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고기를 덜 먹으려 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책을 읽을 때마다 와, 대단하다, 하면서도 저자들은 싱글이거나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대단하다, 하고 감탄을 하다가도 아이를 키우며 사는 내 삶과 거리가 너무 멀어 맥이 풀릴 때도 많았다. 아이를 키우지 않기에 가능한 삶의 양식 아닌가, 하고 고개를 저을 때 만난 책이다. 저자 역시 이 대목을 책 말미에 언급하고 있다. 아이를 키워본 적 없어서 새벽 배송을, 소포장 된 이유식 재료를, 일회용 기저귀들과 물티슈를 쉽게 비난했노라고.



이 책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거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이상적인, 궁극의 제로웨이스트-비거니즘을 실천할 순 없다. 그러나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은 할 수 있다. 바디워시 대신 고체 비누를 쓰고, 다 풀어져버린 샤워볼을 꿰매 비누 거품망을 만들고, 회사에 일회용품 수저를 쓰는 대신 내 수저를 들고 다니고, 그런 것들. 매일 쓰레기를 생성하며 자괴감을 느끼고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맥없이 포기하기는 너무 쉽다. 바꾸는 건 어렵다. 불편하고 귀찮을수록 더 고통스럽다. 그러니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너무 심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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