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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평점 :
박노해 시인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인터넷 어느 홈페이지였다.
십여년전, 정성스레 박노해 시인의 시를 다 목록화해놨던 좀 촌스럽고 충실한 웹페이지.
민주화 투쟁과는 먼 세대, 티비나 책으로만 안던 시대, 어린 시절 컴퓨터앞에서 그 시 들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노동의 새벽, 가리봉 시장, 신혼일기, 손무덤, 평안한 저녁을 위하여,
(가리봉시장에 언니네 이발관이 곡을 붙여 부른 노래 너무 좋다)
그 박노해 시인의 12년 만의 시집.
서점에 나오자 마자 구했다.
이렇게 예쁜 빨강을 본 적이 있던가, 꽃같기도 한 다홍빨강색.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마지막 시 제목이 책 제목이다.
박노해 시인이 그동안 어디에 마음을 쓰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어느 하나 나와, 우리와 관련되지 않은 시가 없다. 우리가 무엇을 제껴두고 살아왔는지..
시인의 마음은 그 지경이 어디까지인가.
박노해 시인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이 책 안의 시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시들을 읽다가 덮고 한참 겉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 심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시집에 담겨져 있었단 기분이 든다.
박노해 시인은 사랑이란 시에서 사랑은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이라고 했던가.
아직은 먹먹하다,
눈 앞에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 길을 찾는 사람, 길을 잃어버린 사람, 모두 읽어보길 빈다.
내가 지금 고통스러운 행복감에 싸여 있는 것 처럼, 행복하길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