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다 잘하지 않아도 - 30대 여성을 위한 힐링 노트
샤우나 니퀴스트 지음, 유정희 옮김 / 두란노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아기가 아파서 일주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자마자 친정엄마가 아파서 간호하고,

그 와중에 남편의 도시락을 챙기기 위해 새벽마다 일어나고, 자기 전에는 가계부를 묵상하면서 한창 지쳐있을 때 책을 읽었다.

 

가전 제품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여성들의 가사노동은 양과 질에서 줄어들지 않았다. 사회는 더 높은 수준의 청결함과 완벽한 정돈, 인테리어를 여성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요구를 거절하기란 어렵다.

거창하게 사회학적 입장을 말할 것도 없이 오늘 하루 청소 하지 않았을 때 나는 '지저분한 여자, 게으른 아내, 먹고 노는 엄마'로 전락한다. 결혼과 동시에 철없는 딸에서 강한 아내, 엄마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 역시 크다. 누가 우리에게 살림과 육아를 가르쳐 준 적이 있는가?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보통의 이십 대 여성들은 자신의 삼십 대를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은 지금도 촌티나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할테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살다가 지쳤다. 특별히 사회생활도 아닌데, 승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더더더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 책은 보통의 힐링 에세이들 보다 좀 재미있고 가벼우면서

여성작가답게 섬세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다. 임신, 유산, 오랜 친구, 식사모임, 사랑 등 평범한 일상 속을 면밀히 해부하여 자신의 고통과 치유됨을 서술했다. 읽는 동안 '아, 나와 같구나, 내가 그렇구나' 하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모든 일을 다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 탐욕으로 끊임없이 먹고 움직이고 이야기하는 나, 사과하기를 꺼려하는 나...

아마 다른 독자들도 특히 여성과 엄마라면 반응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고통의 중심에 뭐가 있을까?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아닐까?......모든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애통과 치유의 시간을 거쳐 하나님의 은혜로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당신이 성장해야 하기 떄문도 아니고, 삶이나 하나님이나 어떤 것이 당신에게 어떤 종류의 교휸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상실의 고통인 경우도 있다. 그 둘의 차이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p.87>

 

일반 종교와 인문학에서 말하기를 인간 고통의 중심에는 욕망이 있다고 한다. 이것을 버리면 자유와 평화가 찾아오며 성인이 되거나 형이상의 세계에 도달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족도 자아도 떠나 심지어 욕망을 버리고자 하는 욕망조차 버리며 치열하게 싸운 결과 몇몇은 참으로 사람들의 존경 받기에 합당한 인생을 살고 발자취를 남긴다.

또한 때로는 욥기서의 욥처럼 욕망과 상관없이 고통을 당하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 부터 나고 결국 그로 돌아간다. 이 땅에서의 삶은 아주 잠깐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거치는 이 삶이 고통으로 뒤덮여 있다. 사랑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일시적이며 가변적이고 심지어 더 심한 미움과 절망으로 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책의 저자는 고통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리스도의 위로를 구한다. 그것이 인간 존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다.

인간이 육신을 입고 있는 한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고통의 마지막 종착점인 이 죽음을 이기신 예수가 계시다. 그의 이름으로 구하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들으신다. 이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욥의 상황에 친구들은 전통적 입장에서 '네 고통은 너로 인한 것이다' 라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님께서는 욥을 의롭다 하신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사는데 이 믿음은 어떠한 믿음인가? 바로 고통의 중심에서 하나님을 부르는 것이다. 아기가 엄마를 부르듯.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나의 엄마로 위로와 평안을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올 나를 기다리신다. 내가 어디서 놀았든, 누구와 있었든, 상처를 받았든지 간에 집으로 가면 따듯한 사랑과 안전한 하나님 엄마의 품이 있다. 어서와서 부르라. '엄마, 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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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엄마' 라는 단어는 하나님의 여성성을 빗대어 쓴 표현입니다. 죽은 안상홍 씨와는 아무 상관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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