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의 시집들은 날카로운 면과 따뜻한 면이 공존하는 것들이 많다. 이 시집같은 경우는 전자의 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시집은 여타의 시집들과는 다르다. 독특한 시쓰기 방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시집이다. 시라고 하면 일정한 운율을 지닌 시어들을 정렬되게 배열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함민복의 시는 그렇지 않다. '이게 시야'라고 말할지도 모르는 시들도 많다. 그냥 네모 하나 그려놓고 매체에 관하여 비평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 문안을 그대로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시들이 즐비하다.이 시집의 매력은 무얼 말하려고 시인이 애쓰지 않은 듯 한데 있다. 물론 시인은 많은 고민 끝에 시를 완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는 우리는 나도 이정도는 쓰겠다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카소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심층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이 시집 속의 시들에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