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디펜스 2
유헌화 지음, cocorip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던전 디펜스 1권에서 주인공인 마왕 단탈리안은 흑사병을 통해 엄청난 부를 얻는다.

바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흑사병을 단탈리안은 미리 예감하였으며 행동을 빠르게 실행에 옮겨서였다.


그 무시무시한 흑사병에는 유일한 특효약이 존재했는데 그 특효약은 흑사병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잡초에 지나지 않는 '흑색 허브'였다.

그리고 그 흑색 허브의 존재를 단탈리안이 알고 있는 이유도 '던전 디펜스'의 전작이라 할 수 있던 던전 RPG인 '던전 어택'을 단탈리안이 플레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던전 디펜스 세계관에 곧 들이닥칠 흑사병 사태에 대비하여 그 흑색 허브를 대량으로 미리 확보한 단탈리안.


결국 흑색 허브는 제국에서 한 뿌리당 금화 10장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기에 이른다.

물론 지역과 시세에 따라 금화 20장까지 호가하기도 하였으며 말 그대로 단탈리안은 땡잡는다.



이번 던전 디펜스 2권의 도입부는 단탈리안이 자신의 애첩인 반인반마이자 서큐버스인, 라피스 라줄리에게 뺨따구를 얻어맞고, 그 자리에서 라피스 라줄리를 즉각 해임하고 20분 후 마왕 바르바토스가 연애상담을 해준다며 단탈리안에게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던전 디펜스 2권은 단탈리안이 어떻게 자신의 애첩인 라피스 라줄리와 헤어지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비중이 꽤 컸다. (페이지 수가..)


하지만 필자는 이번 2권이 단탈리안과 라피스 라줄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라우라 데 파르네세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건 각자 느끼기에 다른데 누구는 단탈리안과 라피스 라줄리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스토리로 느껴졌으며, 누구는 라우라 데 파르네세에 대한 이야기를 메인스토리로 느꼈기에..)



라우라 데 파르네세.


전작 '던전 어택'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이며 용사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풍미한 영웅 중 한 명인 소녀이다.

문제는 라우라 데 파르네세는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는, 말 그대로 용사에게 있어 마왕보다 더 무시무시한 적수로 군림하던 괴물이었다.


그런 라우라 데 파르네세를 마왕 단탈리안이 영입하는 이야기 위주로 던전 디펜스 2권의 감상평을 필자는 남기고자 한다.



'천재도 처음엔 힘들다.'



라우라 데 파르네세.


그 소녀는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하면서 수치심과 불명예를 안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받았을 가혹한 학대와 욕설.

가족들한테 버림받음으로써 느꼈을 절망과 슬픔.


그녀는 이미 자기폐쇄적으로 어둡게 완성되었다.



'성노보다 못한 단탈리안의 전용 '꾹꾹이'..'



훗날 용사에 대적하여 대륙을 피바다로 물들일 인간.


그런 그녀를 마왕 단탈리안이 원했다.

그런 그녀를 마왕 단탈리안이 필요로 하였다.


그 이유만으로 그녀는 마왕 단탈리안의 수하로 들어가 괴물로 탈바꿈한다.


'현재'나 대륙의 악몽으로 군림할 10년 후의 '미래'에서나 그녀보다 뛰어난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탈리안이 그녀를 부하로 임명한 그 순간으로부터 10년 후, 그녀는 훗날 대륙을 검붉은 피로 칠갑할 애스-키커(Ass Kicker)이다.

하지만 단탈리안은 그녀를 확보하였고, 10년 일찍 그녀 안에 잠든 괴물성을 일깨우려고 든다.



그녀는 지배적인 존재가 될 것이며 그냥 때려 부수는 기계가 될 것이었다.



동일한 숫자의 병력으로 맞붙을 시 100%의 승리를,

적군보다 3할 적은 병력으로 싸우면 80%의 승리를,

적군보다 5할 적은 병력으로 맞붙으면 60%의 승리를 거머쥐는.


그 괴물을 단탈리안은 자신이 취한 것이다.



'소녀'와 '괴물'이라는 단어 사이에 몇 겹의 벽이 서 있을까.'



'단탈리안의 마왕성에는 흑색 허브가 쌓여 있다.' 라는 입소문을 접한 북방의 수호자.

로젠부르크 변경백, 게오르크 폰 로젠부르크는 군을 이끌고 단탈리안의 마왕성으로 향한다.


그렇게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된 단탈리안은 이 전투로 라우라 데 파르네세를 일깨우고자 한다.


마왕 단탈리안과 라우라 데 파르네세는 서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 둘은 권력을 사랑하였다. (이건 라피스 라줄리도 동일하다.)


마왕 단탈리안은 상대를 압도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 에서 권력을 느꼈다.

라우라 데 파르네세는 자신에 의해 괴로워하는 '상대의 모습' 에서 권력을 느꼈다.


방향성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권력욕 자체는 똑같았다.


그렇기에 서로가 처음 만났을 당시에 서로가 진심으로 교감하는 데에 15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었다.





'언덕 위에 천사가 서 있다.'



천재인 그녀일지라도 역시 첫 지휘에서는 아둥바둥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기 내면에 깊이 잠들어 있는 괴물을 깨우기에 이른다.


로젠부르크 변경백은 노력가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노력이 아무리 승해도 재주가 뛰어난 사람에게는 무력할 뿐이다.

그저 무력하게 잡아먹힐 뿐이었다.





'악마가 소녀의 뒤에서 웃고 있다.'



로젠부르크 변경백은 가련한 소녀와 맞선 것이 아니었다.

바로 악마와의 투쟁이었다.


유능한 사령관의 모습을 보여주던 로젠부르크 변경백.

변경백이 그 악마와의 투쟁에서 여과없이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방금 그 소녀가 적군의 지휘관임이 분명하리라. 그 인사는, 다소곳하게 보였던 인사는 다름 아니라 사격을 명령하는 신호였다.'



변경백은 괴질에 걸린 영지민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로젠부르크 영지를 위해서, 단탈리안의 마왕성에서 짐마차 6대 분량의 흑색 허브를 약탈해 수송했다.


사람들을 위해 1,500명에 이르는 병사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신민이 고통 받았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신들께 기도를 올렸을까.

또 여신들은 얼마나 잔혹하게 침묵만을 들려주었는지.


그는 이 전투에서 자신을 믿고 따른 장병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감동을 주었다.

그는 영지민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적대적인 환경에 맞서 싸웠다.


가장 무시무시한 악마를 상대로 말이다.


하지만 라우라 데 파르네세의 '권력'과 '무력'에 의해 패배한다.

패배감이 그의 오장육부를 찔렀고 병사들을 살려 보내기 위해서 그는 백기를 든다.





'분노로 폭주하는 로벤부르크 변경백의 얼굴과 처음으로 쥔 자신의 '권력'으로 피칠 당하는 적군을 보며 희열에 젖은 라우라 데 파르네세의 얼굴.'



괴물은 관용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전투는 라우라 데 파르네세라는 천재이자 괴물이 처음으로 지휘한 '전투'였다.

그녀에게는 이 전투가 첫 전투이며 단 한 전투일 뿐이지만, 로젠부르크 변경백에게는 일생일대의 빅 게임으로 바뀌고 만 전투였다.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전투.



그렇게 이 전투(라고 쓰고 학살이라고 읽는)로 라우라 데 파르네세는 단탈리안이 바라는 괴물이 된다.



이번 2권의 이 전투가 그렇게 인상 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라우라 데 파르네세가 각성하는 단계를 표현하는 과정으로 보자면 정말로 대단하였으며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2권을 찾아보니까 1권에 비해 평이 별로 안 좋던데.. (물론 작가의 발언이 더 컸지만.)

난 1권에 뒤지지 않는 재미를 선사하는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늘어지는 전개도 없었으며 한치의 지루함도 보이지 않았고 역시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매력은 여전했다.


웹연재본과 전혀 다른 라우라 데 파르네세로 말이 많던데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냥 '단순한 사이코패스'로 표현한 게 아니라 '권력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이코패스' 를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라우라 데 파르네세가 각성하는 과정도 매우 훌륭하게 표현되었다.

단탈리안과 라우라 데 파르네세의 대화만으로 끝에 가서 괴물로 완성된 라우라 데 파르네세라는 캐릭터의 이해에 살을 더했다.


그리고 그 괴물이 자아내는 퍼포먼스로 던전 디펜스 2권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즐길 거리'로 만들어주었다.


이 작품이 대단한 건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충족시키면서도 그 캐릭터가 어떻게 그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잘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독특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라우라 데 파르네세가 단탈리안 mk2, 사이코패스, 라고 웹연재판에서의 캐릭터와 다른 성격에 실망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영화 배우도 획일화된 방향 외에 여러가지 연기 스타일을 가진 배우들이 존재하듯이 신판에서는 '아, 이렇게 바뀌었구나.' 라는 느낌으로 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감상평을 마치기 이전에 이번 2권을 요약하자면.


던전 디펜스 1권까지의 내용이 부분적 아동 관람 부적합하며 부모 동반 관람 가능 등급인 PG등급이라면,

이번 던전 디펜스 2권은 라우라 데 파르네세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 17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인 NC-17등급으로 올라간 느낌이랄까..





2권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면 매우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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