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와 인간의 운명 -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 한국유전학회 총서 6 한국유전학회 총서 6
R. 그랜트 스틴 지음, 한국유전학회 옮김 / 전파과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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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대단히 부유한 집안에서 곱게 자랐거나 아주 찌들리게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오만 고생 다 하며 살아왔거나 둘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가난에 대해 객관적 입장을 취하고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자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왔는지 누가 그렇게 가난의 어두운 면만을 강도 높게 주입시켰는지는 몰라도 저자는 건더기 없는 국 하나 놓인 밥상 위 가족 간의 정을 너무도 모르는 것 같다. 정말 너무 가난해서 밥 한 끼 챙겨먹기 어려운 가난은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이렇듯 내가 가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난을 모든 폭력, 사기, 정신 또는 외적 병의 집합체로 몰아 넣은 사실에 나는 은근히 화가 났다. 작가는 해도 정말 너무 한 것이다.

그가 말하기를, 부자라서 풍요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그것은 아동 발달에 아주 중요한 요인이며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결과적으로 이른바 성공한 인생을 살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많아서 도대체 뭐가 그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우스 속의 잡초가 어떻게 바람의 향기를, 진정한 폭풍우의 의미를 알겠는가. 그것은 벌써 진정한 의미의 잡초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세상 모든 풍지풍파를 겪어 굵디굵은 뿌리와 오랜 끈질긴 생명력을 얻으려면, 그래서 더 많은 자손의 본보기가 되려면 하우스 속의 좋은 공기와 깨끗한 물과 온기 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경험에 이미 선과 악을 경계지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푸세식 화장실 똥통에 빠져 본 경험을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물론 부유하다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대로라면 그 경험은 한결같이 깨끗하고 지능적인 경험일 것이다. 부유하지 않다고해서 반드시 많은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돈이 맣이 드는 경험만 못할 뿐이지 충분히 간접적으로는 체험가능하며 오히려 더 많이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요즘 선진국에서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알레르기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이는 적절하게 대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쌍생아 연구가 다는 아니며 그 연구를 하려면 좀 더 정확하게 자궁내 환경과 태어나자 마자 두 아기가 서로 공유하는 시간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바로 가난이 모든 악의 근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철저히 근대 서양 기독교적 교리에 지나지 않으며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님을 간과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편협된 시각으로 유전자를 연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지시 능력을 할 뿐이다. 'A 유전자는 B병을 일으킨다'라는 바로 그 시각 때문에 그에 따른 우생학의 재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며 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어떤 염색체의 이상을 가진 아이를 무차별 낙태시켜 인간 존엄성을 훼손시키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 안에 모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 많은 사실을 더욱 넓게, 깊이, 자세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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