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시의적절 5
오은 지음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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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내내 오은 시인의 글로 하루를 참신하게 시작했다. 햇볕이 가득한 <초록을 입고>는 신선도가 높아 아침에 읽기 매우 좋은 글이다. 페이지마다 낡은 단어들에 새 옷을 입히는 시인의 단정하고 다정한 손길이 가만사뿐하게 스며있다.
5월 10일, 19일, 30일에 적힌 적바림은 술술 읽어지지 않았다. 한바탕 말놀이를 펼칠 때면 밀도높은 현란함에 멀미가 날 것 같기도 했다.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야 해서 소화하기 쉽지 않았지만, 속이 꽉 찬 통곡물을 씹어먹는 마음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이 또한 시인이 말한 '요철'인가보다.
오은 시인의 글을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며칠 따라 읽다보니 책을 끝까지 읽기도 전부터 단어와 시, 글쓰기를 향한 시인의 태도와 자세에 리스펙하는 마음이 절로 올라왔다.
나는 강박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루틴을 림보와 마찬가지로 여기는, 못말리는 부분이 있다. 내가 꾸준히 하는 일이 있다면 아마도 자꾸만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좋아하는 일일 것이다.
자유로운 변화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바와는 달리 매일 할 몫일이 있어 얌전하고 예측가능한 나날을 보내고는 있다. 다만 다채로운 일상을 구성하는 것을 정신적 생존의 한 방편으로 삼고 있기에, 책을 읽을 때 만큼은 그때그때 욕구가 당기는 쪽으로 기분 내키는대로 읽는 편이다. 책 속으로 훌쩍 짧은 산책을 다녀온달까.
보통 책을 손에 넣어 앞부분을 읽다 보면 이 책은 하루 중 언제쯤 읽으면 좋을만하다는 느낌이 온다. 아침에는 새벽을 여는 상쾌한 감성이 담긴 책, 하루를 버틸 힘을 북돋워주는 희망적인 내용의 책이나 집중해서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정보가 들어있는 책을 읽는다. 낮 동안 짬이 생기면 긴장을 풀 수 있는 편안한 에세이나 물 흐르듯 줄거리에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을 읽는다. 저녁에는 그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손이가는 책을 펼치고, 북클럽에서 읽기로 약속한 분량이 남아있는 책을 숙제처럼 읽기도 한다.
오은 시인의 <초록을 입고>는 이른 아침에 읽기 참 좋은 책이다. 그 날이 어떤 날인지 알려주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인의 유니크한 사유를 만날 수 있다. 하루 글의 말미에는 시인이 발견한 뜻밖의 단어를 선물 받는다. 새롭게 찾아온 단어를 음미하며 한 나절씩 보냈다.
매년 5월이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번 읽고 말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해마다 5월은 오은 시인의 <초록을 입고>가 있어 한결 든든할 것 같다. 방황하는 마음도 단단히 붙잡아 줄 것 같으니.
5월 12일은 나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나라는 인간의 '형식'이 바뀐 날이다. 한 인간의 형식이 바뀌어야 새로움이 찾아온다는 말이 마침 그 날의 본문에 들어 있었다. 요즘 루틴을 바꾸어 나라는 인간의 형식을 다시 만들어가는 중이다. 내년 이맘 때는 좀 더 솔직한 몸을 갖추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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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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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은 85세가 된 비비언 고닉이 2020년에 펴낸 책이다. 여전히 건재함에 놀랍고 평생 글쓰기를 놓지 않음에 감탄이 나온다. 노년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는 힘은 어디에서 솟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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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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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생명은 독자가 읽고 있을 때 빛난다. 저자는 잠자고 있는 금서들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길 염원한다. 금서를 소개하는 힘 있는 문장들이 금서만큼 강력한 파장으로 독자를 흔든다. #나쁜책 #김유태 #금서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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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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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보다 필진에서 잘 차린 밥상이라는 느낌. 주목하는 시인과 좋아하는 소설가의 글들이 실려 반갑다. <춥고 더운 우리집> 이후에 만나고 싶던 공선옥 작가님글. 전보다 편안하게 여유가 느껴지고 이제 유머까지 막 구사하신다. 클라이파이북클럽 모임장인 최정화 작가님글도 공감하며 읽었다. <들끓는 꿈의 바다> 는 올해의 책이 될듯.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른 수록 작품들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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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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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두꺼운 책은 하루키가 '독자'에게 바치는 두터운 헌사다. 눈을 다친 채 마음으로 타인의 꿈을 읽어내려가는 이는 독자 그 자체이므로. 작가는 책 속에 꿈을 펼쳐 도시를 지어 놓고 독자를 초대하는 이, 도서관은 이들의 오래된 꿈이 가득한 곳이다. 우리는 독자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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