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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보게 해주세요 -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 단편선
김보영 외 지음 / 요다 / 2020년 5월
평점 :

처음 접해보는 게임소설!
요즘은 일하랴 독서하랴 게임을 잘 못하지만
예전에 여러 가지 게임을 해봤었다.
20대 초중반 시절, 남자친구와 갔던 pc방에서 그 친구가 하던 게임을 따라 한 적이 있다.
한창 초창기의 '아이온'이라는 rpg 게임이었는데
와.. 어찌나 신세계였는지!!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pc방을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있다.
일상이 바빠지며 서서히 게임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이번 책을 읽고는 내 안의 게임 본능이 다시 꿈틀꿈틀!ㅎㅎ

일단 이 책의 메리트 중 하나는 작가님들이 게임 개발자 출신이라는 것.
전문가답게 일반인보다 좀 더 많은 게임 지식과 체험들이 이야기 속에 녹여져있고,
단편소설집 묶음이라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올해 재미있게 본 드라마 중에 <나 홀로 그대>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다.
요즘 음성인식 AI인 siri나 빅스비처럼 음성뿐만 아니라,
안경을 끼면 나만의 홀로그램으로 윤현민이 눈앞에 짜잔! 나타나는 건데,
진짜 저런 세상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생긴다면 일상이 지루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현빈이 게임 렌즈를 착용해서 현실에서 게임을 했던 장면들도 떠올랐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도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기존에 마우스와 키보드만으로 게임을 하던 세상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현실 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게임 이야기가 나와있어서 흥미진진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와 <즉위식>이다.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은 주인공이 독특하게도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불만과 실망을 느끼지만
플레이어가 정하는 데로 게임이 진행된다.
제목에 있는 '성전사 마리드'는 소설 속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이며
보통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는 단순히 그래픽 요소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플레이어 몰래
자기들끼리 소통한다는 컨셉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즉위식>은 딱 내 취향의 이야기였다!
10년 전 '영원한 전설'이라는 MMORPG로 성공해서 게임 제국이라 불렸던 '재미난소프트(주)'
그러나 창립자인 이제리는 게임 외엔 아무런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고,
회사의 경영이 맞지 않던 그녀는 미국 MBA 출신 남자를 영입해서
모든 경영을 그에게 넘긴 후 공동대표가 되었다.
그러나 돈만 밝히던 사기꾼 같은 놈 때문에 회사는 망해버리고..
결국 공동대표는 개발자들을 데리고 퇴사하여 대기업과 손을 잡고 대형 게임 제작사를 만들었다.
10년 전 게임 제국이라 불렸던 재미난소프트는
이제 '폐가', '민속촌'으로 통하는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회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회사의 사업부장인 주인공 탁민에게 특이한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이게 뭔 ........ㅋㅋㅋㅋㅋㅋ
생뚱 맞는 메일을 보고 장난이겠거니 어명을 받아들겠다는 답장을 보낸 탁민.
그런데 얼마 후 정말로!! 무만왕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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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게임 판타지 장르는 처음 읽어 봤다.
게임을 전혀 접해보지 않았다면 머릿속에서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나
요즘 게임 안 해본 사람 찾는 게 더 어려우니...ㅎㅎ
특히나 rpg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게임 배경에
상상력이 더해져서 더욱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나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쓴 이야기라 그런지
책 중간중간 나오는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왠지 현실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해서
개발자들이 읽으면 공감대가 많을 것 같다.
킬링 타임용 재미있는 현실게임 단편집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