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류형정 지음 / 뜻밖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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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일하느라 지쳐서 퇴근 후 쇼파에 누워있고,

주말은 나가기 귀찮아서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보면

나는 왜 이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집에서 쉬는 것도 일종의 휴식이자 에너지 충전이지만

내가 집에서 푹 자고 늦게 일어나서 딱히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노는 사람,

연인이나 가족과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산책 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SNS로 올라오고

그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들을 볼 때면 나만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 물론 마음먹으면 알람을 맞춰서 일찍 일어날 수 있고, 오전부터 독서나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친구를 만나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가까운 바다로 드라이브를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마음먹으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혼자는 외롭지만 편하고, 외출을 하는 것보다 집순이로 뒹굴 거리는 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예쁜 노란색 표지의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는

저자 본인의,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간 일상의 시간들을 기록한

그림과 만화, 글이 나와있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

저자 소개에 나와있는 "생각보다 예민하지만 다정한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이 맘에 든다.

나는 워낙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친해지고 나면 착하고(?) 다정하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그런지 저 문장만 읽어도 얼추 저자의 성격이 어떤지 느낌이 왔다.

 

 

 

 

저자의 일상은 나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일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간혹 있는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다들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며,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매운 음식을 먹고, 치느님을 만나기도 하고, 소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고,

한 번씩 밀려드는 외로움과 우울감에 쳐지고.

자신을 살펴보며 관찰하는 일기 느낌의 책이었지만 나와도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 가는 게 참 많았다.

이런 공감들로 인해 책을 읽다가 미소 짓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마음속은 행복에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책에서는 주인공의 표정이 내내 무표정으로 나오지만 볼수록 볼매이다.

나도 표정이 별로 없는 편인데 '표정=마음'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왼손 드로잉 부록도 실려있는데, 내가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보다 더 잘 그렸......ㅋㅋ

 

 

언제나 내일을 준비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애썼다.

돌아보니 그간 흘러가며 쌓인 것들이 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멈출 수 없다.

의미 없이 보낸 날들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이 쌓여서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다.

지나간 나와 앞으로의 내가 만나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예쁜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이 책은 만화 형식의 그림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결국 한 번 더 읽고만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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