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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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화를 잘 이끌어가고 상황에 맞춰 센스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나는 낯가림이 엄청 심해서 처음 만난 사람의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성격 자체도 친해지기 전에는 조용한 편인데, 또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은 불편해서 필요 없는 말이라도 해가며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타고난 성향이 이렇다 보니 집순이 기질에 혼자 있는 게 편하지만,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직장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사람과의 만남은 피할 수 없다.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의 저자는 일본의 유명 변호사로, 이 책에는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이라고 해서 침묵을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이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이 침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일까?

 

 

 

2005년 일본에서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제목은 '대나무 장대 장수는 왜 망하지 않을까?' 였다.

우리나라의 찹쌀떡 장수처럼 일본에는 빨래를 건조하는 용도로 대나무 장대를 파는 장수가 있는데, 사실 대나무 장대 장수라고 모두 다 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대나무 장수가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제목도 의문을 품고 침묵하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이 기술을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는데, 이 효과는 '달성한 일보다 달성하지 못했거나 중단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말한다.

독자는 책 제목을 보고 '대나무 장대 장수는 왜 망하지 않는 거지?? '라는 궁금증이 생겨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제목만 봐도 궁금증을 일으켜 책을 읽어보거나 사게 만드는 책이 있는데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1회를 쭉 연속해서 방영했었는데, 요즘은 1부, 2부로 나눠서 중간에 1분 정도 광고가 나온다. 항상 전 편이 끝날 때는 다음 편의 내용이 궁금해서 광고를 보며 기다리게 되는데 이게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다.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싶다면 질문을 내고 잠시 침묵하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귀를 기울일 것이다.

 

 

 

 

보통 누군가와 대화 도중 갑자기 상대방이 말을 멈추면 '무슨 일이지?'하고 궁금해하며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이렇듯 대화나 연설, 세미나 중 상대의 주의를 끌고 싶을 때에는 중요한 말을 하기 전 침묵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 등 유명 인사들도 이러한 침묵을 잘 이용하여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전달한 케이스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커뮤니케이션은 말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침묵으로도 말 이상의 의미를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침묵은 누군가와의 대화뿐만이 아니라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화가 끓어오른 상황에서 즉시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보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침묵하는 게 좋다.

화가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이 일로 화내는 것이 정당한지, 나의 정체성에 걸맞은 행동인지,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화를 내는 게 중요한지, 화를 내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화가 과연 가장 효과적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전부 답을 내릴 때쯤에는 화가 누그러져 있을 거라는데, 나도 과거에 화가 났을 때 욱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상대방에게 내뱉은 적이 있다. 그런 말로 가까운 사람에서 상처를 주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는 화가 나면 일단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 이렇듯 침묵은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베스트셀러도 있듯이 남녀의 뇌 구조는 다르다고 한다.

여성의 뇌는 공감을 원하고, 남성의 뇌는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남녀의 뇌가 다르다면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상대에게 통할 리가 없다. 이성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침묵하며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놀라웠던 것은 언어 정보가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이 겨우 7%라고 한다. 청각 정보가 38%, 시각 정보가 55%를 차지한다는데, 사람 간의 사이에서 6~7초의 짧은 첫인상이 상대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듯 언어보다는 외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많다는 것이다.

책에는 언어적인 요소 외에 침묵이나 행동으로 효율적인 대화를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실제 사람 관계에서 침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어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평소처럼 대화하다가 친구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드는 실수를 범했는데, 순간 아차 싶어서 그 뒤로는 더 주의하며 친구의 말이 다 끝나기 전까지 잘 듣고 기다릴 수 있었다.

물론 책에 나온 방법들을 알았다고 해서 나의 대화법이 바로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 방법들을 평소 머릿속으로 인식하고 있으면 누군가와 소통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확실히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아서 평소 강의나 연설,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하는 직업군이나 내 주변인 들게도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을 때의 대표적인 사례는 '침묵이 지속되는 대화'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화가 원할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비결도 '침묵'에 있습니다.

부디 이 책을 읽고 '침묵하는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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