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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평점 :

내 생에 처음으로 봤던 미드가 '가십걸'이었다. 당시 상류층의 화려한 주인공들이 멋져보여 나도 언젠가 한 번은 꼭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었다. 나의 최애 영화도 '트와일라잇'이라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슬프게도 아직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또르르)
장거리 여행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젊었을 때는 돈이 없어서 못 갔고, 지금은 돈이야 모을 수 있지만 가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갈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당장 갈 수는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는 여행을 시작한 계기부터 특별하기도 했고, 일단 내 꿈의 나라인 '미국'을 다녀왔다니 읽기 전부터 큰 관심이 생겼다.

무언가가 필요했다. 우리 가족의 잿빛 추억을 희석할 그 무언가가.
책의 시작은 어머니의 사망으로 시작되는데, 정말 첫 페이지부터 울컥했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허전하고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몸을 혹사 시키듯 여행을 다녔고, 마침 저자는 회사 근속 10주년 기념으로 안식년 휴가를 받게 되어 아버지,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는 재작년에 엄마와 둘이서 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갔었다. 당시 가이드가 가족 여행이나 모녀 둘이서 여행 오는 경우는 많지만 부녀, 부자 둘이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런데 60대 아버지, 40대 아들, 6살 손자가 함께 떠나는 삼대 여행이라니 조금은 독특한 조합!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아이와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도움 될만한 정보들이 많다. 그중 자유여행 준비 단계에 가이드북을 꼭 사라는 건 나도 동감한다.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있는 가이드북을 볼 때면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짜던 그 추억들이 떠올라서 기념으로 좋은 것 같다.
책은 멋진 사진들이 많아서 마치 내가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특히 캐넌 비치의 석양 사진은 최고!), 유쾌한 글들도 많아서 술술 읽혔다. 계획한 일정들이 잘 풀리지 않기도 하고, 장거리 여행의 피곤함과 더운 날씨, 돌발 상황을 직면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실감 나게 느껴져서 몰입도 잘되었다.
책 중간중간 어머니의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찡하기도 했지만, 이제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미국에서 삼대가 보낸 좋은 추억들도 같이 떠오르지 않을까.
나도 더 늦기 전에 온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나중에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미루다 보면 정작 나중에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갈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의 미국 여행 이야기와 사진들도 좋았지만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책으로 추천한다.
엄마, 우리 다시 만나서 오리건 포트 스티븐스 공원에서 라쿤 구경 같이해요. 엄마는 곁에 없었지만 아버지 모시고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그립습니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