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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여름이었다.

<보트하우스>는 입센 이후 최고의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초기작으로, 화자인 '나'와 어릴 적 친구인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 세 사람의 관계를 그려 낸 소설이다.
'욘 포세'는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하며,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에도 올랐다고 하니 읽기 전부터 엄청 기대되었다.

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감과 초조함이 느껴진다. 초반 시작은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내용인데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며 정신없어 보이는 느낌도 자주 들었다.
이런 정신없는(?) 이야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의아했지만, 계속 책을 읽다 보니 반복되는 내용에 특이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보트하우스>는 어릴 적 나와 크누텐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어릴 적 친했던 '나'와 '크누텐'. 그들은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였다 밴드를 하겠다며 스탠드 마이크를 보트하우스로 옮기고, 쇼파도 만드는 등 그곳에서 함께 자라며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장소이다. 그런데 어느 날 크누텐이 떠나고 현재 그들은 10년 이상 보지 못한 사이다.
크누텐은 고향을 떠나 교사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렸고, 여름휴가차 그의 가족들과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는 도서관 가는 길에 크누텐과 그의 가족들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는 크누텐에게 그날 저녁 피오르에 나가 낚시를 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녁에 낚시를 하던 곳에서 크누텐이 아닌 혼자 낚시를 나온 크누텐의 아내를 마주친다. 둘은 같이 낚시도 하고, 섬 산책도 하게 되었고, 낚시를 하는 중간중간 저 멀리 뭍에 있는 크누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크누텐의 아내에게 그녀의 남편이 저기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에 결국 못 본 척 하게 된다.
횡설수설하는 이야기 속에서 어린 시절 나와 크누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뒤로도 산책을 하다가 크누텐의 아내를 마주치고, 마을 축제에서도 아내를 마주친다.
그런데 이 아내도 조금 이상하다...?? 이 무슨 '사랑과 전쟁'같은 전개인지...!
지금에 와서는 너무도 사소해 보이는 그 일들이, 그때 당시에는 훨씬, 훨씬 더 큰, 거창하고 비밀스러운 일로 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