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장르는 스릴러라 여름 내내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었는데, 요즘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감성의 에세이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많이 접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스릴러 맛집 검은숲 출판의 책을 만났다. 표지부터 빨갛고 섬뜩한 이 책은 정체불명의 토끼 가면을 쓴 버니라는 납치범을 쫓는 이탈리아 소설이다.

 

13살 소녀 사만타는 토니라는 잘생긴 남학생이 할 말이 있으니 단둘이 만나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잠을 설쳤다.

사춘기 소녀에게 학교 킹카가 할 말이 있다니 얼마나 설레고 긴장됐을까!

대망의 다음날. 이른 아침 등굣길에 나선 사만타는 밤새 잠을 설친 탓에 생긴 다크서클이 걱정되어 주차된 차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게 되는데, 순간적으로 본 차창 안 어둠 속에서 대형 토끼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시선이 마주친 둘은 한동안 호기심에 이끌려 서로를 바라다가 갑자기 차 문이 열리며 납치를 당하게 된다.

 

​"네가 납치를 당한 건 2월의 어느 아침이었어. 중학교에 등교하던 중이었지."

거울에 비친 밤색 머리 10대 소녀는 나이 들어버린 상태였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하구나......." 박사가 말했다. "그게 15년 전 일이라서......."

 

 ​병원에서 눈을 뜬 그녀는 13세 소녀가 아니라 28세 성인이 되어있었다. 무려 15년 만에 탈출한 사만타는 지난 기억은 없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깨어나서도 그린 박사에게 이게 게임이냐고, 본인은 미로 속에 있었다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도 없고 탈출한 기억도 전혀 없는 사만타.

같은 시각 사립탐정 브루노는 자주 가는 바에서 사만타의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있다. 오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부 인생인 그에게 사만타의 탈출 소식은 기적에 가까웠다. 사실 15년 전 사만타의 부모는 그에게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했었다. 그는 부모에게 거액의 조사비를 받았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고, 브루노에게 사만타 사건은 알아낸 게 하나도 없던 최악의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다시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15년 만에 탈출한 사만타, 하트 모양 눈의 토끼 가면을 쓴 버니, 버니를 쫓는 브루노.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 '이 맛에 스릴러 소설을 읽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몰입감 높은 스토리에 범인의 정체를 알고 싶어 늦은 시간까지 푹 빠져 읽었다. 혼자 집에서 중반부까지 읽다가 토끼 가면을 쓴 범인을 생각하니 무섭기도 했다.(ㅠㅠ)

이제 사건이 마무리되었나 싶은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놀라기도 했고 엄청 오싹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는 다시 처음부터 스토리를 되뇌며 생각하게 만드는 책!

영화를 촬영하며 동시에 집필한 소설이라 그런지 정말 박진감 넘쳤다. 이탈리아에서 최근 영화로 개봉되었다는데 한국에도 개봉되면 보고 싶지만 공포영화를 못 보는 나에게는 엄청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미로라는 폐쇄적인 공간이 주는 공포와 사람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버니라는 정체불명의 존재. 자위적 사이코패스, 납치, 감금이라는 주제는 상상하며 읽기에 무서웠지만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을 본 것 같다.

살아 돌아온 그 아이들의 영혼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