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밥 먹구 가 -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복잡한 서울 거리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게 되면서 자연 자체에서, 그리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아진 이야기들을 적어놓은 책이다. 물론 무게 있고 철학적으로가 아닌 오한숙희 씨답게 유쾌하게 편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자연과 여성의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중요성을-자연과 여성 모두의 중요성-강조하고 있다.

밥이라는 매체가 사람들간의 정을 얽혀 매게 하는 이야기, 자연의 이치대로 살면서 깨닫는 인간사의 반성 이야기, 남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여자들의 이야기, 그림자 노동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살아야 하는 아줌마들 이야기 등 그 외에도 이웃 어른들의 이야기, 호박, 강아지 등 일상 생활을 소재로 해서 자연과 여성이라는 관계를 풀어나가고 있다. 아줌마인 나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어느대학을 나왔고 누구의 부인이자 누구의 엄마이며 심지어는 어느 동에 사는 어디 몇 호 아줌마라고 까지 자신을 숫자로만 비하시킬 뻔했는데 이 책을 읽고 깨어나게 된다. 난 503호 아줌마가 아니라고 말이다. 언뜻 여성 운동 이야기를 강조하는 책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 자연 속에서 한 인간으로의 '나'이자 '여성'의 특성을 깨달은 것뿐이다.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스름 하게 베어져 있기에 그저 사람 사는 맛, 사람 사는 이야기만 보여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목에서 '아줌마'와 '밥' 이라는 소재가 나와 맘에 들었고 '밥 먹구 가' 라는 슬로건이 더욱 맘에 들었다.

최근에 나이 들어감을 자연 순화처럼 자연스럽게 즐겁게 받아들이자 라는 메시지가 담긴 <푸른 옷의 여인>이란 책이 생각난다. 자연과 사람 그 중에서 특히 여성과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자궁이 자연의 숲이며...이런 식의 비유도 좋지만, 그 돌아가는 순리라든가 가지고 태어난 자연 성격이 산과 나무 등 자연과 흡사한 면이 많기 때문일 것이리라. 이런 산, 나무, 나물, 달, 강의 조물조물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자연은 정말 아기처럼 싫어할 수 없는 거부감 나지 않는 대상이다. 본문 중에서 이 글귀가 입안의 잎차 향처럼 그윽하게 퍼져나간다.

-인생의 작은 흐름들에 갇혀 안달하던 내가 놓여난다. 긴 숨이 쉬어진다.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모든 것이 같이 가는 큰 흐름 속에 나를 놓아둔다. 나를 이만큼 길러주신 자연의 할머니께 감사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