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1
코우 후미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책방에 앉아 근로 학생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면서, 나는 항상 궁금함에 시달렸다. 제목도 '천생연분'이라는, 지극히 순정만화 적인 책. 그림 역시 동글동글 한 것이, 딱! 귀여운 순정만화인데 왜 빌려가는 사람은 죄다 남자밖에 없는 걸까.. 게다가 중고등학생 소년들이 말이다. 그래서, 그냥 내가 읽어 봤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단골인 고등학생 남자애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런걸 신경쓸 만큼 나는 섬세하지가 못하다. 하루종일 앉아서 9권까지 돌파하고 나자, 아.. 이래서 남자애들이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사실 조금 들기는 했다.

내용도, 구성도, 캐릭터도 다 무시하고, 내가 만약 남자이고 이 책의 여주인공인 아오이같은 여자가 실재로 존재한다면 나는 눈 딱 감고 여자를 납치하겠다. 십년이 넘게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열굴 예쁘고 쭉빵한 여자. 요리도 프로급이고 착하기로는 기록감인 여자. 여자들이 보면 짜증을 내다 못해 화까지 낼만한 만화이지만, 남자들이 보면 괜시리 꿈만 키워 기도하게 하는 만화였다. 상처가 있는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1권에서는 그들의 어린 시절이 잠시 비춰지면서 뭐가 좀 새롭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들의 사랑은 처음에는 작은 것이었고, 나름의 시련에 부딪혀 가게 된다. 특별히 뻔하다거나 단순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 만한 것이기는 했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게 하는 그 뭔가가 있었다.

러브히나에서, 할렘만화에 대한 실망의 끝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기대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러브히나를 닮아가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사는 집에 점점 사람들이 불어나게 되고, 결국 그 집에 사는 모든 여자가 주인공을 좋아하는 모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러브히나와의 차이점은, 주인공에 대한 대접이다. 러브히나에서는 가끔씩 주인공을 변태 치한범으로 몰아 강력한 펀치를 먹이는 반면, 천생연분에서는 그야말로 주인공에게 주인공다운 대접을 하게 해준다. 비록, 꽃미녀들 사이에서 행복해 하는 것은 두 캐릭터 모두 별 다를 것은 없지만 말이다. 러브히나와 여러모로 비교되고, 또 비슷한 만화인데 굳이 내게 한쪽을 추천하라면 난 천생연분을 추천하겠다. 왜냐하면, 그래도 천생연분은 제법 러브스토리 티가 나는, 나름대로 제목에 충실하려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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