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로 역사 읽기
신용구 지음 / 뜨인돌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콤플렉스로 역사 읽기'란 제목은 상당히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업으로 삼으려는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나 같은 사람이나 혹은 역사라는 말만 나와도 머리에 쥐가 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역사로 다가서는 약간의 지름길을 열어주는 듯한 기분을 주는 것이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나도 이 책을 빼들었지만 읽고난 지금은 상당한 실망감을 감추질 못하고 있다. 아니, 읽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읽었다기 보다는 훑어봤다는 말이 더 어울리리라 생각한다.

콤플렉스로 책의 첫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은 고구려 2대 제왕 유리왕이다. 유리왕 하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팔모 난 돌 위의 소나무'가 생각이 날 것이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초의 연가 '황조가'가 생각이 날 것이다. 책에서는 황조가와 같은 서정적인 연가를 지을 만큼 감수성과 예술성이 풍부했던 유리왕이 어째서 자기 아들을 죽였을까를 내걸고 그 이유를 아버지로 부터 받았던 거세불안증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버지 주몽에게서 자신이 부정되어 온 듯한 기분에 시달리면서 오이디푸스적인 성향, 그리고 거세불안증으로 유리왕이 상당히 히스테릭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뭔가 신선한 해석같으나, 나름대로 역사를 접해보았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또 나름대로 인문서적을 탐독해봤던 사람이라면(특히 심리학계열) 이는 그다지 새로운 해석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간에 있어왔던 역사적인물에 대한 이견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 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나의 이러한 감상과는 상관없이, 역사를 꺼려했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책의 문장에 흡수력이 없다. 나름대로 문장을 탐해보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시각에서 이 책의 문장은 새로운 해석을 내새우는 당당함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일기를 쓰는 듯 늘어지고 엉기며 중복되는 부분에 너무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있다.

새로운 해석에 대한 시도에는 찬사를 보내나 '고증'과 진짜 역사를 탐독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결단코 추천하지 않겠다. 이런 이견을 먼저 접하는 것 보다는, 먼저 정사를 탐독하길 추천한다. 정사를 탐독하길 몇번 되풀이 하다 보면 자신 역시 이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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