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Travels 쉬 트래블스 1 - 라틴 아메리칸 다이어리 1
박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자주 다니던 구립도서관에서 더이상 흥미있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을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박정석? 남자구만! 라틴아메리카의 다채로움이 잘 표현된 책표지를 보고 어느 정도 흥미가 일어서 표지를 넘겼는데 지극히 동양적인, 이목구비 희미한 어느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자신을 찍고 있다. 여자네!!!

컬러풀한 사진은 표지에서만 발견가능하고 몇장 안되는 흑백사진들에 까만 글자들로 빽빽이 채워진 여행기라니... '게다가 이름도 없는 사람이잖아' 하며 망설이다 자기전에 수면제삼아 읽어볼까 하고 꺼내들었다. 하지만 자기전에 펼쳐서 읽기 시작한 그녀의 불편한 여행기는 나를 못자게 만들어 버렸다. 그녀의 글은 이전에 읽었던 다른 여행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녀는 불편했다. 아무 생각하지말고 웃거나 정보만 받아챙기기만 하면 되는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여행기도 아니었다.

낯선곳은 이상하다. 진심으로 대하는 친절은 부담스럽다. 그렇지 않을땐 호객행위이다. 거지여행자는 단돈 1솔에 눈물을 삼키면서까지 호객행위를 거절해야 할 만큼 절박하지만 뜻밖의 친절이 마냥 좋지도 않다. 어쩜 그녀는 이다지도 까다롭고 예민하단 말인가? 단돈 1솔때문에 눈물을 삼키면서 왜 그곳까지 가야 했단말인가? 왜 그녀는 페루의 어느 곳에서 자신을 그곳까지 끌어낸 그녀의 작은 꿈을 잡고 울어야 했단 말인가.

난 왜 그녀가 울었었는지 잊어버렸다. 그녀가 너무 솔직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자신을 드러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신의 부끄러운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합리화하고 변명한다. 나는 내팽겨쳐진 내 작은 꿈을 발견하더라도 울고 싶지 않다. 난 너무 초라해진 날 발견하고 고통스러워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그 부분을 잊어버렸다. 난 그녀를 시기질투 한다. 왜냐면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솔직하게 사람맘을 붙들어버릴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나의 내면에 솔직해질 자신도, 용기도 없다. 그래서
예민하고 까다롭고 불편하고 솔직한 그녀를 질투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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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 2 - 만단검
필립 풀먼 지음, 이창식 옮김 / 김영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도서관에서 황금나침반1권을 읽게 된 후 팬이 되었다. '리라'라는 용감무쌍하고 버릇없고, 거칠기 짝이 없는 꼬마가 어른들의 의미없는 종교적논쟁의 장으로 끼여들게 되어 펼치는 모험,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만남, 우정. 나는 왜 황금나침반처럼 재미있는 소설이 해리포터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하는지 이상했다. 해리포터만큼 재미있으면 재미있었지 그 보다 못하지 않는데 이슈가 되지 못하는걸까?

황금나침반을 2권째 읽으면서 어렴풋이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것 같았는데 해리포터의 팬들은 대개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황금나침반은 어린 친구들이 즐거워 하기엔 너무 무거운 요소들이 많았다. 아니, 무거운 요소라기 보다 황금나침반시리즈가 묘사하고 있듯이 우리 어른들의 세계는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인 면이 많았다. 리라의 친구 로저가 아무 죄없이 어른들의 종교적논쟁때문에 희생되고 윌의 아버지가 마녀의 복수로, 어쩌면 리라의 좋은 아버지가 될 수 도 있었을 스코스비까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른인 내 마음도 이렇게 우울하고 분노에 차게 되는데......

나는 리라가 수퍼맨처럼 위기에 처한 로저도 살리고 윌의 아버지도 무사히 살아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기구 조종사 스코스비도 리라의 훌륭한 후견인이 되어 멋지게 소설의 대미가 장식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는데 로저도 죽고 윌의 아버지도 죽고 스코스비도 죽었다.

어른들의 잔인함으로 벌어진 전쟁은 내가 아끼는 이라고 해서 선택적으로 죽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나는 무척 가슴아팠지만 황금나침반의 저자 필립 풀먼은 우리 어른들의 잔인함, 폭력성, 엉터리같은 종교적, 정치적논의의 어리석음을 어른들이 깨달을 때까지 죽음을 멈출것 같지가 않다.

리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피하지도 않을 것이고 잘 해낼게 틀림없지만 우리 어른들이 리라에게 남긴 상처는 아마 치유되지 않고 남을 것이다. 또한 리라의 상처를 보는 어른들이 가슴아파할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방식을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어른들은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고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세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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