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
질베르 시누에 지음, 홍세화 옮김 / 예담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저는 조금 늦습니다 늦었지만 그렇게라도 꼭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모임장소에 들어가 처음 당신의 얼굴모습을 맞닥뜨리는 순간 저는 조금 실망을 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첫인상 때문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 처음 나온

당신의 첫 번째 저작 책날개 앞에 오또카니 서있는 다부진 당신의 얼굴모습뿐입니다

당신의 얼굴모습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당신 역시도 누구처럼 너무 늙어버린 건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저 혼자 들릴 만큼의 한숨 한번 내쉬고 당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에 귀를 한번 기울입니다

스무 해 동안 제 나라에서 젊은 벗들과 부대끼며 살지 못한 세월은 그러나 흐르지 않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았으며 당신의 귀 기울임 또한 성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모습은 세월만큼 늙었지만 당신의 마음얼굴은 아직도 태양처럼 젊습니다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당신의 첫인상마냥 아직 당신은 여전히 눈부신 靑年의 모습입니다

자리를 함께 한 제 나라의 젊은 벗들도 그걸 아는지 하나같이 반짝이는 눈동자모습입니다

당신을 태우고 올라가야할 기차시간이 가까워 당신은 이제 그만 자리를 일어나야 합니다

운 좋게도 저는 당신을 기차역까지 태우고 갈 승용차에 당신과 함께 동승을 합니다

기차역까지 달려가는 길에 당신을 이번 모임에 초대한 제 나라의 젊은 벗 하나 당신에게 묻는데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글을 그리 잘 쓸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잘 쓰지 못한다고 손사래 치며 안경테를 매만지던 당신은 황석영 선생의 말씀이라며 한마디 덧붙입니다

"좋은 글은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고 가슴으로 쓰는 것도 아닌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석한 벗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네며 덧붙인 당신의 이런 말도 저는 썩 괜찮습니다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 낙관하자" 바로 이십세기 최고의 맑시스트라는 그람시의 말입니다

···

"단 한번도 홍세화를 진심으로 바라본 적 없는 너희들의 생명 없는 비판을 나는 듣는다

그러나 나는 냉소한다 내가 본 홍세화는 여전히 튼튼하게 순결무구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한번도 젊은 적 없이 곧장 늙어버린 수많은 지식인들의 肖像을 응시한다"



2002. 11. 21.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시대와 비평(2):
『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역자 홍세화와의 대화]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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