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인사이트 : 차이를 만드는 힘 - 내 안의 잠든 사유를 깨우는
정인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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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름을 이끌어내는 아티스트의 통찰력을 살펴보는 책이다. 집요한 관찰을 통해 다른 이들은 찾지 못하는 요소들을 발견해내고 이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는 아티스트의 삶을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동서양의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그림, 조각, 사진, 행위 예술 등 다양한 작품을 바탕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사유와 상상력,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아티스트의 통찰력, 즉 인사이트는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저자는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이라는 4개의 주제를 통해 아티스트의 인사이트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준다.

첫 번째 주제인 '관찰'은 창조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티스트들은 집요한 관찰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미세한 변화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느끼면서 '진짜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관찰의 자세를 보여준 아티스트는 클로드 모네였다. 그는 무한한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리기 위해 정원의 연못을 바라보며 수련과 연못에 비치는 자연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림을 그렸다. 양쪽 눈에 백내장 진단을 받고 시력이 약해져 2번의 수술을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원 연못의 인상을 표현했다. 수련과 연못을 그린 여러 그림을 보면 그가 얼마나 미묘한 변화까지 관찰하여 빛과 자연을 그림 속에 담고자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서 경이로울 정도였다. 자연과 하나 되어 그림으로 나타내고자 한 모네의 간절한 마음이 그림에서 나타나서 보는 나도 절로 숙연해졌다.

두 번째 주제인 '성찰'에서는 삶의 전체에서 내면의 진실을 지향하는 아티스트들의 성찰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를 찾기 위해 내면의 진실을 추구해야 함을 알려주는 주제다. 이 주제에서는 자신을 온전히 성찰하지 못해 비극적인 삶을 맞이한 프라고나르의 그림과 삶이 눈에 띄었다. 그의 대표작인 '그네'는 남작의 주문으로 그렸는데 남작의 요청사항에 관능미와 경쾌함까지 더해서 당시 귀족 계급의 타락한 연애관과 퇴폐적이고 경박한 귀족층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그림을 탄생 시켰다. 그러나 프라고나르의 그림은 프랑스 혁명 이후 시대에 뒤떨어진 저급한 미술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후원자들이 사라지자 가난에 시달렸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면서 그만의 경쾌함을 지닌 그림을 꾸준히 그렸다면 자신만의 세계관을 인정받아 계속 승승장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도덕한 권력자의 취향에 재능을 바쳤고 그 최후는 비참했다. 타인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세 번째 주제인 '창조'에서는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예술을 창조해나가며 파괴적 혁신을 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원근법을 없애거나 현실 세계를 낯설고 신비로운 세계로 그려내는 등 당연함과 불문율을 과감히 파괴함으로써 그들만의 예술을 창조해낸다. 아티스트들의 창조 사례 중 가장 창의적이라 느꼈던 작품은 '4분 33초'라는 음악이었다. 이 음악은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다. 악보에는 조용히(Tacet)라는 글만 적혀 있다. 음악은 연주되지 않지만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기침하거나 잡담하는 소리, 건물 밖의 바람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등 들리는 모든 소리들이 모아서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고자 한 작곡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을 담아 창조해낸 아티스트의 창의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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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제인 '발견'은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티스트만의 창조로 이루어진 작품을 발견하고, 예술을 통해 아티스트 본인의 취약점을 발견한 뒤 혁신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는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차이를 발견한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관객들도 그 작품을 통해 아티스트와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느낀다. 이처럼 예술은 관련된 모두가 각자의 발견을 하면서 본연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의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여 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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