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 인터뷰집
마티포포 지음, 정유미 외 엮음 / 포포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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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10명의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일을 하다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기쁨도 잠시, 출산 후 일을 다시 하기 위해서 복직하지만 육아와 병행하는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이에게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업무도 예전처럼 잘 해내는 워킹맘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책은 10명의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때 느꼈던 감정들과 시련을 극복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프롤로그의 이야기부터 나를 슬프게 했다. 회사 가지 말라고 울고 보채는 아이를 뒤로한 채 출근하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서글플까. 출퇴근 시간 동안 틈틈이 팟캐스트 청취를 하거나 업무를 위한 통화를 하지만 그럼에도 집에 늦게 들어오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집에서 일을 하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라도 듣지 못하는 날에는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아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먹먹해져 갔다. 엄마들이 일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욕심이 아닌데 가족을 보면서 밀려오는 죄책감에 후회부터 하게 된다. 과연 워킹맘에게는 희망이 있을까?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하고 보살펴주면서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한 직장에서 19년 동안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19년간 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인 이혜선 님은 회사에 살고 회사에 죽는다는 마인드로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해왔다. 진급도 한 번에 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는데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으면서 커리어에 공백이 생기고 진급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복직하고 나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지만 쉽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앞으로 걸어나가야 하는데 두 다리가 묶여 있는 느낌이 들었을 때의 좌절감은 상당히 클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다만 30분이라도 가지면서 자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평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도 확인한다. 일과 육아 둘 다 완벽하게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일과 육아에 최선을 다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균형이 맞춰진 느낌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균형 잡힌 모습으로 마라톤 하듯이 꾸준히 뛰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야심 차게 창업을 했는데 스타트업 대표로서 일을 시작하자마자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조현주 님은 임신 전에 주말도 없이 열심히 일하던 워커홀릭이었으나 임신을 하고 나서 신체적 변화를 느끼면서 평일에도 일을 온전히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속상했다고 한다. 아기도 걱정되고 회사도 걱정이 되니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부터 앞섰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을 들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휴식을 통해 심신을 회복한 다음에 원격근무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임신했을 때와 출산하고 나서도 업무를 지속해서 실시한다. 본인 회사에 대한 책임감, 일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의지, 그 과정 속에서도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까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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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들의 대부분의 죄책감이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서부터 온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여성도 당연히 일을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일 텐데 왜 이렇게 여성들에게만 일을 하는 것이 욕심처럼 보일까? 아직은 이 사회가 워킹맘을 완전히 품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성도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진정한 워킹맘을 위한 사회는 멀어 보인다. 그렇기에 일과 육아의 병행에 힘듦을 겪으면서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라는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 시대의 많은 워킹맘들의 본인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건강을 챙기면서 남편의 도움과 보살핌을 잘 받고 더 나아가 사회 제도까지 개선이 되면서 앞으로는 일과 육아를 수월하게 병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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