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녀 비형랑
홍주리 지음 / 미래지향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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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도 언젠가는 유쾌한 자살 이야기를 써 보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쯤 이었던 것 같다. 그뒤로도 글을 쓰겠다고 끄적이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작가 지망생일 뿐이고, 단 한편의 습작품도 완성하지 못했다. 신문기사들의 표현에 따르면 22살 최연소로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해 90년대 큰 주목을 받았던 홍주리 작가. <천년호>를 끝으로 영화가 아닌 소설가로 돌아 온 것 같다. 재기발랄했던 첫 작품과 고전을 패러디하는 것에 큰 재능을 보였던 두 번째 작품의 뒤를 잇는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 구입해 두고 빨리 책 장을 넘기고 싶은데 좀 더 아껴 보고 싶은 마음에 사 놓은지 몇 달만에 지금에서야 글을 읽고 리뷰를 올린다. 작품은 '도화녀 비형랑'이라는 설화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이야기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쌍둥이 남매의 도발적 사랑으로 시작된다. 아들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어하는 엄마와 딸이라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엄마, 이 둘은 동일인물이다. 그리고 아들과 딸은 서로를 탐하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은 것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엄마의 사랑이 깔려있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엄마가 딸에게 자신과 같은 능력을 물려주기 싫어서 자신으로부터 멀리 떼어 놓으려 했던 것.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잃을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와 같아질 딸의 운명이 싫었음을.... 결국 이 소설은 모성애에 대해서 핍진하게 다루고 있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엄마의 모성.

 

늘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어왔던 작가의 전작들을 돌아 볼 때, 이번 작품 역시 큰 틀 안에서는 그 안에 있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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