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트라우마 - 어느 외교 전문기자가 탐색한 한미관계 뒤편의 진실
최형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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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가 수립된지 6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은 정치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곳에서 미국 컴플랙스를 가지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한반도에서 미국 트라우마 혹은 콤플렉스가 가장 심각하게 지배하고 있는 주제는 북한 문제이다. 우선 북한의 미국 트라우마가 미국과 북한의 관계 발전을 막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다. 대한민국 내에서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미국 때문에 북한이 늘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늘 미국의 침공위협을 거론하지만 실제 한국전쟁 이후 60년간의 흐름을 보면 오히려 실제 이상으로 과장된 트라우마적인 측면이 크다. 북한의 정권안보 차원에서든 아니면 6·25전쟁 당시 남침 이후 미국의 반격으로 호되게 당하면서 생긴 악몽 때문이든 미국에 대한 북한의 피해의식과 적대감의 콤플렉스는 21세기 이후 북한의 국가적 행보의 폭을 좁히고 있다.



북한과 쿠바 상황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느끼고 있다는 ‘미국의 침략위협’은 실제적 근거가 희박해진다. 미국도 두 나라를 용납하려 하지 않았지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보다 조금 작은 쿠바나, 미시시피 주보다 조금 작은 북한도 결코 미국에 대한 도전을 숨기지 않았다. 70년대까지 쿠바와 북한은 전 세계에 사회주의 혁명을 수출하며 ‘미제의 각을 뜨자’고 선동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지적처럼 어떤 의미에서 미국은 쿠바의 카스트로나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력을 지켜 준 주요 명분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국내적인 정권교체 속에서 대외적으로는 유례없는 태평성대를 누렸다.

 80년대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마무리하며의 안정은 몇 가지 대외적 여건이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구소련 해체 이후 유일한 강대국이며 국제무대에서 절대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미국, 새로운 러시아 연방의 혼미와 재구성, 시장경제를 도입하며 경제성장에만 주력했던 중국, 그리고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췄지만 전후 평화세대의 입김이 지배적이었던 일본. 


하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중국은 남북한 전체에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강해졌고 항공모함 취항, 스텔스 전투기 개발 등으로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키워가며 지역패권을 노리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실감한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한국전쟁 이후 유엔군이 설정했던 서해북방한계선(NLL) 체제를 국지적 분쟁지역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재앙 속에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 목소리를 높이며 우경화의 길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일 간의 긴장고조 가능성도 높다.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이) 열도의 중국 어선과 일본 감시선박의 충돌사건으로 불꽃이 잠깐 튀었던 중일 간의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평화를 지키자는 결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잠복했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헤쳐 나갈 통찰력과 정보,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미관계도 콤플렉스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다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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