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의 별
김광호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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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는 법 위에 있는 권력의 음습하고 절대적인 기관의 느낌이 강했다. 현재는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뀌어 어감이 주는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으나 여전히 비밀스럽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 요원으로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미국과 굳이 매치를 하자면 CIA를 들 수 있을텐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이 접해서일까. 정극에서 부터 스릴러, 액션, 코메디 할것도 없이 다양하게 나오는 CIA의 첩보요원들은 척(Chuck)의 척 바토스키나 번 노티스(Burn Notice)의 마이클 웨스턴 등 좋아하는 쇼의 캐릭터를 망설임 없이 줄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한 이미지가 형성되어있으나, 정작 한국의 국가정보원들에 대해선 너무 낯선 세계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더욱 생겼다. 베일에 가려진 그들이 어떤 사람들 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줄거리에 대해 간단이 언급하자면..


주인공 윤정태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일을 시작한 스파이라기 보단 공무원의 마인드로(하지만 본인의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약간의 불편함을 가진 느낌)으로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1997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야당에 의한 정권 교체가 실현되면서 남북 관계는 급 진전하게 되고 2000년 6월 13일엔 남한의 대통령(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 개최되면서 남북 관계가 급 물살을 타게 된다.

한반도 뿐만이 아니였다. 2000년엔 부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었고 2001년에는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네오콘 강경파들의 악을 처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되고 그 악의 축엔 북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영향으로 남북관계도 냉각이 흐르게 되면서 9차 남북회담은 몇차례의 수정 끝에 남과 북도 아닌 중국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이 엄청나게 중요한 순간의 회담을 윤정태가 안전을 책임지는 팀장으로 임무를 맡게되면서 사건은 시작되고 있었다.


순조롭게 회담이 진행되던 와중에 받게되는 북측 고위급 인사의 망명요청,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감당하기 힘든 결정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의 명령을 받는 직책 사이에서의 갈등과 고뇌, 하지만 결국 뒤에는 더 큰 존재의 손에 의해 세계의 이해관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들을 느끼고 만다는 스토리이다. 


“나는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혼자 싸웠던 것인가. 그냥 돈키호테 같은 기행을 벌였을 뿐인가...”



독자에 따라 흥미롭기도 혹은 예측이 어느정도 되는 서술이기도 할테지만, 역사속의 사실과 적절히 얽히고 빠지는 구성은 실제의 사건처럼 느낄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였다. 담담하고 간결한 문장은 약간 번역체를 보는 듯이 쉽게 읽히는 대신 글을 읽는 맛은 약간 아쉬웠으나, 무취무색이던 국정원 공무원이 엄청난 일을 겪고 평범한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자전작으로 가정해 쓰이고 있다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해되는 바였다.


집 책장에 오래전 부터 꼽혀있던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언젠가는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었다. <52개의 별>을 읽고 나니 그 책의 먼지를 털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성격이 다른 책이지만 한국의 정보원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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