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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때 방학이면 나눠주던 통지표엔 '~을 잘하나 내성적임' 같은 말이 자주 써있었다. 나는 그 어린시절 부터 '내성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단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서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두려움을 갖던 성격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아직까진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 나들이로 서울랜드 같은 곳에 가면 어린이 장기자랑 시간에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노래하던 아이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부모님의 표정을 기억한다. 어린 아이들은 잘하나 못하나 다 좋게 봐준다며 나서서 하기를 바라던 엄마의 바람을 못 이기는 척 따를 수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단상 위로 나간다는 것이 죽을 만큼 싫었다.
나는 내향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내가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생활이 불편했던 것은 아니였다. 난 누구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기분을 잘 아는 편이였고, 친구도 적지 않았고, 리더쉽도 약간은 있던 편이였다. 반장을 맡는다던지, 모임을 만들어 친구들을 모아 소속감을 만들던 일을 자주 했다.
그러면서도 혼자서 노는 일도 즐겼다. 종이인형을 할때도 그냥 종이를 오리는 것 외에, 종이에 인형옷을 그려 스스로 만들기도 했고,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하면서 러디오 DJ 놀이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사회성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나의 에너지를 만들던 시간이였던 듯 하다.
책 속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보충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콰이어트> 를 읽으며 내 유년시절부터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청소년기 시절과 대학생 시절에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적극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렸해야만 했다. 경영학과였던 만큼 프레젠테이션도 많았고 공모전 동아리를 하면서 항상 앞에 나가 발표를 해야하던 환경이였기에, 두려움을 감추고 활달하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옷을 바꿔 입어야 하는 감정에서 난 늘 도전한다는 마음 가짐이였다.
일단 사회성을 가진 단체라면 늘 리드하고 활달하고 자기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담대한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기회도 더욱 주어지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내향성을 감추고 외향적으로 몇십년간 살다 보니 취미도 액티브하고 외향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활발하고 즐겁고 분위기를 잘 띄우는 그런 옷이 잘 맞도록 체형을 바꾸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요즘은 정적인 취미를 시작해 보고 있는데, 인테리어 하기, 책 읽기, 클래식 듣기..등등
그럴려고 했던 것이 아니였지만, 생각해보니 혼자서 하기에 너무 좋은 취미들이였다.
예전 같으면 주중부터 주말까지 끊임 없는 약속에 사람들을 만나서 나의 인맥을 확인하며 안도해야 했고, 북적이는 장소로 선택해 내가 유행에 처지지 않음을 상기 시키며 시간을 보냈을 여유시간이
이제는 혼자 책도 읽고, 리폼도 해보면서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으며 정서적으로도 더 안정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굳이 외향적, 내향적 둘중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쁨을 떠나
나는 요즘 잘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구나 생각한다.
예전에 TV에서 비슷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던 적이 있는데, 안철수씨라던가, 프레인 대표 여준영씨 등등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강한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콰이어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간디, 아인슈타인, 조지오엘...등등 수많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의 장점으로 더 바른 직관을 가지고 자기의 업적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다.
아아, 이 유명인들에 대해선 단지 에피소드로 들어있고..
책의 내용은 수잔 케인이 10년동안 내향성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다.
이미 2012 TED 콘퍼런스에서 개막식을 장식하고 유틉에서 엄청난 이슈를 몰고왔던 강의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동양적인 정서로 의견을 냄에 약간은 주저함이 미덕인 부분이 아직 남아있지만
개인을 가능한 충분히 어필해야하고, 그런 교육을 받는 미국에서는 수잔 케인같은 내향적인 사람은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외향적인 가면을 쓰며 자란 사람들의 답답함과 두려움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콰이어트 QUITE,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내향성을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면, 첫번째로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콰이어트(내향적인 성격)에 대한 긍정적인 힘에 대해서는 그 다음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