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크 Work - 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CrimethInc 지음, 박준호 옮김 / 마티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어릴때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휼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는다. 과연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어떤 휼륭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 휼륭한 사람은 무엇을 정의 하는 것일까. 학자? 아니면 정치인? 최근 세태를 본다면 결국 연봉 높은 직업에 안정된 직장이 휼륭한 사람인 듯 하다. 그리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혹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졸업 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월급쟁이가 되는 것이 목표이자 현실이니까. 연봉 높은 월급쟁이. 그들은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성실함으로 삼x과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 재벌 일가의 재산을 늘려주는 것에 일조하고, 세금을 감면 받는 것을 도와준다. 오너들의 입맛을 맞춰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삶이 나쁘다는 말을 할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의문시 들었던 것은, 결국 돈으로 똑똑하고 배움이 깊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라'가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라'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돈의 맛'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런 기초적인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세상은 가진자들에겐 단순할지도 모르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아직도 복잡한 일 투성이다. 아무튼 그런 기본적인 질문으로 <WORK> 라는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토록 멋진 일이라면, 부자들은 왜 하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부유하고 여유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 늘어난 노동시간을 견디든지,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끝없는 절망에 빠지든지에 대한 선택뿐이다.
무엇을 고르든, 기다리는 것은 착취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수백년간 사람들은 기술의 진보가 인류를 노동에서 해방시키리라 생각해왔다. 지금 우리들은 과거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고 오히려 세계 각처에서는 노동의 시간이 수십년 전보다 훨씬 길어만 졌다.
또한, 기술적인 진보와 함께 왔어야 할 여유로운 삶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으며, 매 분기마다 불경기라 전하는 뉴스 속에서도 대기업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부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부유해지고 있으며, 서민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이 급속한 빈부 격차의 속도위에 쓰여지는 노동은 과연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차고 넘칠 만큼의 부가 있지만 그것은 절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데 쓰이지 않으며, 한쪽에서는 식량이 남아돌고 썩어서 벼려지는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엄청난 양의 물건들은 그저 버려지기 위해 생산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이 세계적인 불황은 항상 그래왔듯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자원이 분배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해 거침없이 훝고 있다. 물론, 일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고 있고, 일이 부를 가져오고, 자기실현을 위한 방법이며, 진취성을 불어 넣고, 책임감을 가르쳐 주고, 안전을 제공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을 함으로써 발생되는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함을 역설 한다.

출처 http://www.crimethinc.com/
그리고 그 모든 시장의 원리와 일의 계급계층, 경제의 이해를 위해 이 피라미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의 정당한 노동력이 착취당하지 않을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노동파업? 자본가들은 인건비가 싼 제 3세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성실한 투표?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권력을 찾아 오는데 있으니까 말이다.
아주 자주, 우리는 최악의 후보가 정권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여 선거전에 집중하곤 한다.
"만일 그런놈들이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 힘을 휘두른다는 데 있다. 이것만 아니면 누가 지배하는가는 그 다음 문제다. 과도한 권력이 주어지는 한 그들은 언제까지고 폭정을 일삼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힘을 정치 캠페인이 아닌, 본질적인 해결책을 실현하는 데 쏟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저항 정신을 강조한다. 물론 '저항'이라는 단어 자체가 다소 저항감이 드는 면도 없지 않지만,
분노해야하는 일에 분노하하고 끊임없는 전략을 통해 자기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는 연습을 조금씩 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SNS를 통해 자본가들의 부조리함을 알리는 방법이나, 자신의 자동차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가지고 있다면 긴 투쟁을 통해 세상이 조금씩 변 할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당장 실행에 옮기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그것 조차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가 왜 일을 하고, 우리의 일이 근본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거쳐 이용되고 있는지, 나의 노동력은 정당하게 권리를 부여 받고 있는지, 착취 당하고 있는지
몇백년 동안 이어지는 이 경제와 노동의 계급 피라미드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는 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쉽고 흥미롭게 적어놨다. 읽다보면 많은 구절에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긋고 싶어 질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그냥 월급날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멋진 책이다.
쓸모 있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오늘날 세상은 모든 시간을 살아온 모든 사람의 유용성의 합을 담고 있다.
무슨 의미냐면, 쓸모 없어지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다
-밀란 쿤데라 <불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