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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감히 말하겠다. 이건 아주 치밀한 추리소설 이라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자석에 끌리듯 처음 페이지를 다시 펴게되는 이유는 읽어오며 흘려버린 피상적인 조각을 맞추고 싶은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주 깊은 철학적인 네레이션 속에서 스릴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이 완벽한 소설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을 끝내는 순간에도 반스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에 대한 굴절
그래서, 오디이스푸이의 비극이라는 거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는 다시 편 책장을 넘기며 퍼즐을 짜 맞추다가 소름이 돋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토니가 베로니카의 집에서 보낸 일주일이지만 그의 기억은 대부분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날의 단서를 조합해보면 토니는 베로니카의 말처럼 '늘 그렇듯이 감을 못잡는 놈'이였을까 아니면 반대로 '영악하기 그지 없는 놈'이었을까.
다음날 아침 토니가 눈을 떠보니 모두 산책을 나갔고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사라만이 남아 토니와 주방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친절했던 달걀요리와 그날의 대화, 그리고 다음날 떠나는 토니를 향해 차창밖에서 야릇한 포즈로 손을 흔들던 기억을 봐도 역시 사라는 토니를 유혹했던 것이였다. 베로니카는 그런 자신의 어머니의 기질을 잘 알고 토니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그는 아침 잠이 많다"며 전혀 그렇지도 않은 말로 둘러대고 그를 아니 그 둘을 시험대에 올려두어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 '감없는 놈'이 그런 유혹을 뿌리친것이 아니라 그것이 유혹인지 감도 못잡았기 때문이였지만, 베로니카는 그날 밤 부터 토니에게 더욱 애정을 보여주며 자러 가기전 귓등으로 야한말을 속삭이고 가볍게 키스도 한다. 합격.
후일 "아직도 감을 못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 그래"의 답장을 보면 이놈이 자신을 위해 유혹을 참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을 테지만.
그럼 에드리언은? 엄마의 부재를 어릴때 부터 느꼈던 에드리언은 그런 성숙미에 애정을 느끼고 그녀의 유혹을 받아 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악하기 그지 없는 놈' 토니는 베로니카의 엄마, 즉 사라가 자신을 그날 유혹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두번째로 그날을 회상 하던날 자신의 성기가 발기할 것 같아 빨리 잠자리로 올라가려 할때 사라가 자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며 스리슬쩍 단서를 흘린 것을 보면 말이다. 이날 베로니카가 토니에게 했던 야한말을 듣고 후에 세면대에 했던 행동은 사실 베로니카가 아닌 사라때문이었을지도... 그래서 에이드리언에게 사라를 만나보라고 조언했던 것일까? 어렸을때 부터 도저히 닿지 않을 곳에 위치해있던 에이드리언.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허세를 채워 넣을 수 있을 존재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 역시 꾸역꾸역 채워졌음은 자명했을 것이다. 자신의 애인인 베로니카가 그를 만나고서 호감어린 눈빛을 보낼때 부터 더욱더. 그리고 그 열등감은 분노로 이어진다. '베로니카 개같은년 잘 지냈나?'와 같은 악의적 편지를 썼을 적엔 사라를 만나보길 권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길 예감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원서인 The Sense of an Ending 의 표지가 달걀인 것을 보며, 난 또 한번 소름을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아침의 사라의 달걀은 단백질-정액의 연결고리를 의미하는 것이 분명해 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