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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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세계사는 여러 가지 식재료를 통해서 세계사를 알려준다. 나는 역사를 싫어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주제로 여러 가지 역사 지식을 배우니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식재료들(감자, 소금, 바나나 등) 중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챕터는 이다. 내가 원래 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빵에 관한 역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유명한 말, “빵이 없다고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는 말은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 들었을 때는 사형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치스럽고 이기적인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그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닌 루이 14세의 부인 마리테레즈가 한 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또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에서 지낼 때 다른 정부에 비하면 많이 사치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니,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나쁜 왕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좋아하는 또 다른 식재료는 감자이다. 감자튀김, 포테이토칩, 피시 앤드 칩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감자로 만든 음식이다. 요즘에는 영국의 피시 앤드 칩스, 독일의 으깬 감자와 소시지처럼 감자가 들어가는 요리가 매우 많아졌다. 하지만 16세기쯤 감자가 유럽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독이 있는 싹 때문에 악마의 과일, 돼지나 먹는 음식이라고 외면 받았다고 한다. 감자 싹만 도려내고 먹어도 되지만 그걸 몰라 감자를 먹으면 나병에 걸린다는 헛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만약 내가 16세기 유럽 사람이었다면 맛있는 감자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 있게 감자를 먹어보는 시도를 할 것이다. 감자만 있다면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감자로 만든 음식을 못 먹었다는 생각을 하니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행히도 이후 1770년 흉년이 들어 감자로 극복한 이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감자를 많이 먹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흥미 있게 읽은 또 다른 음식이 있다. 그것은 이다. 나는 먹어봤자 녹차밖에 먹어보지 못했고 아무 맛도 나지 않아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고 놀랍다. 이 전쟁은 나도 알고 있는 아편 전쟁이다. 내 생각에는 영국의 생각이 조금 이기적이고 치사한 것 같다. 자신들은 중국 물건 수입에 많은 돈을 쓰는데 중국은 딱히 수입해 가는 것이 없어서 일부러 중독성이 강한 아편을 만들어 수출한다는 생각은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 그 당시 아편의 수입으로 인해서 중국의 상황도 심각했다고 한다. 중국이 아편을 금지하고 모두 파기해 버리자, 영국은 이 사건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영국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이 큰 피해를 입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합당하지만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병들어 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한 조치인데, 3년이나 전쟁을 하고 결국 중국이 패배해 보상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옥수수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많이 먹지는 않지만 어릴 때에는 옥수수 제철만 되면 항상 옥수수를 사 먹었었다. 나는 그냥 단순히 먹기 위해 옥수수를 재배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석유를 대체할 바이오 연료에 옥수수가 쓰인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만약 바이오 연료의 수요가 늘면 주원료인 옥수수의 가격이 치솟는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옥수수는 동물 사료로도 쓰여서, 옥수수 값이 상승하면 축산 농가가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옥수수가 돼지고기의 가격까지 오르게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먹기 위한 옥수수가 아니어서 놀랍기도 하고, 세계 곳곳을 휘젓는 옥수수가 대단하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책에 나온 식재료들을 그냥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음식들은 모두 세계사를 바뀌게 한 것들이고, 재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식탁에 앉았을 때 이 책에서 읽은 식재료가 나오면 먹기만 하지 말고 책에서 읽은 세계사를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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