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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 딸입니다 ㅣ 푸르른 숲 20
조 비테크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11월
평점 :
현대사회에서 매춘부의 딸이란 당연히 있겠지 싶으면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다. 더 이상 매춘업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는 요즘 세상에 누가 자신의 혈육을 '매춘부의 딸'로 키우려 한단 말인가?
그런 어머니는 넘치는 모성애와 책임감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결정을 했겠지만 누군가는 반대로 모성애와 책임감이 없어 아이를 '매춘부의 딸'이라는 난처한 상황에 빠뜨렸다고 비난할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류의 질문과 생각들을 끝없이 던진다. 내 아이를 한나와 놀게 할 것인가? 내 아이가 친구인 한나 집에 가게 둘 것인가? 와 같은, 현실적이고 가능한 물음이지만 한나라는 아이 자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질문들 말이다.
한나는 '모든 걸 알게 된 순간 어른들의 세계로 밀려들어갔다(15쪽)'. 그 '모든 것'이 무엇인지 한나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이 책이 픽션임에도 상당히 고통스럽다. 엄마의 일, 엄마의 손님, 엄마의 주위 사람들, 엄마의 과거(한 소녀가 왜 매춘부가 되었는지를 비롯한)... 하지만 한나가 정말 고통스러워 하는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이것들을 통해 본인에게 날아오는 주위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선입견과 그것들을 경험하면서 한나 내면에 쌓인 두려움과 분노다.
'나도 언젠가 재미있게 살아야지(21쪽)'. 독자는 특별한 환경에 처한 아이의 쓸쓸하고 소박한 이 소망이 어쩌면 성취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아이가 달려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러면서 한나의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누군가를 만났고,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존재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잘 읽히고, 빠져들게 되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희망과 신뢰를 갖게 하는 책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고민하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