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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엽서 -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비밀고백 프로젝트 ㅣ 포스트시크릿 북 1
프랭크 워렌 지음, 신현림 옮김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엔 수많은 비밀이 존재한다.
남에게 알려지면서 빛을 잃은 비밀도 있고, 어떤 사람의 가슴속에서 살고 있는 비밀도 있다.
그 비밀들이 때론 우리를 아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만드는 것 같다.
우리가 겪은 하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이기에 이미 삶속에 녹아버려 내 것이 아니라고 부정해도 어쩔 수 없이 뼈와 살을 파고드는 어떤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비밀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밀엽서 - 이 책은 프랭크 워렌 이라는 사람이 2004년 11월,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밀(누구에게도 말해본 적이 없는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부탁하는 우편엽서를 3000개 인쇄하여 지하철역, 미술관, 도서관 책들 페이지 사이사이에 꽂아 두고 그 비밀들이 천천히 우편함을 찾아들면서 한권의 책으로 편찬되었다. 전 세계에서 마분지, 오래된 사진, 청첩장, 개인적인 아이템들을 사용해서 직접 만든 엽서들이 예술적으로 장식되어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손가락의 지문처럼 어떤 비밀도 똑같은 것이 없었고, 모든 비밀의 이면에는 사연이 있었다.
비밀엽서의 두드러진 주제들은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을 찾는 것, 고통스런 경험을 나누는 것, 직면하기 어려운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불안을 표현하는 것, 개인의 충동, 공포, 환상을 인정하는 것 등 사람들이 심리치료를 찾게 되는 이유들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비밀들이 치료가 필요한 심리적인 고통에 대한 것이지만, 몇몇 비밀들은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며 심지어 유머러스한 것까지도 있다.
책속에 폭로된 수많은 비밀들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건드리면 터질 듯한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유머러스한 비밀은 나를 살며시 미소 짓게도 하였다.
나는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나 자신 외에 다른 사람에게 내 비밀을 말하고 싶지가 않다.
내 입으로 비밀을 말하는 순간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언젠가는 뻥 하고 터져 세상사람 모두가 알아버릴 것만 같아서 혼자서 끌어안고 가슴속에 꾹 꾹 눌러 담아 마음이 무겁게 짓눌려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무겁거나 가득 찰 땐 버리는 법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나에겐 허용 되지가 않아서 너무 힘이 든다.그래서 이 책을 보고 홀깃 했다. 나는 나 자신을 완전무장하고 살아왔는데, 이 책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은밀스러운 비밀까지도 모두 훌훌 털어놓았기에 적잖은 충격도 받고, 위로도 되었다. 비밀이라는 주제도 흥미롭기도 했으나, 나에게 이 책은 심리치유를 해준 고마운 책에 더 가깝다.
다른 사람들이 털어놓은 비밀들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 우리 모두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공포, 후회, 희망, 믿음, 환상, 배신, 창피함 등등.
아침에 일어나 우리가 꾼 꿈을 늘 떠올리지는 못하는 것처럼, 비밀은 우리가 느끼지는 못해도 이미 우리 자신의 일부이다.
이 비밀엽서 모음에서 가장 아름다운 엽서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느낌과 기억들로부터 온 것들이다. 나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발견하고 공유하며, 뜻 깊고 아름다운 것으로 키울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 -프랭크- 』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그 주소로 보내는 한 장의 엽서가 나를 홀가분하게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비밀스럽게 내 마음의 짐을 덜어보려 한다.
내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두렵고, 후회스럽고, 욕망에 가득 차 있거나, 유치한 어떤 비밀들을 네모난 작은 엽서에 꾹꾹 눌러 담아, 그동안 나를 억누르던 그 무게까지도 덤으로 담아서 엽서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우체통에 넣는다.
주소가 적힌 그곳에 도착할 때쯤 덜어낸 그만큼의 무게가 희망으로 가득 채워 질것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