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정말 솔직하게 말해 난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앤 패디먼 이라고 하는 작가를 몰랐고, 그녀의 작품도 접해보지 않았기에 평가할 수도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가 뭐라고 평가 할 수는 없지만 그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세렌디피티 수집광. 말 자체만으로도 발음을 또박또박 하기 어려워 입에 익숙치 않은 단어다.

뜻은 우연히 찾은 삶의 기쁨들. 오히려 뜻을 알고 나니 조금 귀 기울여지는 단어다. 세렌디피티 수집광.

나는 책을 읽기에 앞서 책소개를 간단히 읽어보았다.

수상록이라고 분리되는 이 책을 쓰는데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한 작품을 쓰는데 쏟은 그녀의 열정이 느껴진다.

하버드를 졸업한 작가라 그런지 해박한 지식도 책속 군데군데 등장했다.

부족한 내 지식의 대지위에 그녀의 지식들은 단비가 되어 촉촉히, 아주 촉촉히 적셔놓았다.

열거된 단어들은 머릿속에서는 빛의 속도로 지나갔지만, 형체는 남아있는 것 같다.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 일상을 다룬 그녀의 글들이 내겐 흥미로웠다.


사실 수상록이라는 장르도 이 책 때문에 알게 되었다. 수필이나 소설은 많이 접해봤지만, 수상록은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라는 말을 대신한다는 수상록. 쉽게 풀어 말하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 즉 친숙한 것들에 대한 단상을 적은 글이라고 한다. 정말 책속에서 그녀의 호기심어린 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물에 초점이 맞춰지고, 나 또한 그녀의 눈을 통해 그 사물을 바라보게 되었다.

일상에서 친숙한 소재로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가 대단해 보인다.

자칫 스쳐 지나칠 작은 것에도 그녀의 신경은 곤충의 더듬이가 되어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잡아낸다.

그런 능력을 지녔으니 작가라고 할 수 있겠지~싶다.


책 때문에 과거의 추억도 떠올리는 좋은 계기도 되었다.

어렸을 때 방학숙제로 제출하려고 했던 나비채집. 지금은 나비채집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모으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잠시나마 그때의 추억으로 돌아가서 행복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글도 있다.

특히 베스킨라빈스 민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인데, 작가도 나처럼 민트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내가 모르던 지식도 책에서 충당시켰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내겐 작은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선물이고, 기쁨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약간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약간은 친숙하기도 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그녀의 경험을 통해 간접 경험 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쉽게 읽혀지기 보단 오랜 시간, 아끼고, 아끼며 읽어 볼 책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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