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 글쓰기 - '원문'과 '대안'이 유형별로 제시된다 / 수필, 자소서, 보고서, 논문의 핵심
백우진 지음 / 사개모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첨삭 글쓰기》의 초반부에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의 인트로가 등장한다. 저자는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글을 용감하게 첨삭한다. 그리고 실제 모파상의 글이 원문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바뀐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고전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글'이라고 수용하며 독서를 해온 나에게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였다. 물론 저자는 《목걸이》의 문학성을 논하고자 인트로를 인용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글쓰기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안의 예로 사용했다. 이런 저자의 태도는 글쓰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비평의 태도를 갖게 하는데 충분하다.

수많은 글쓰기 강좌가 열리고 글쓰기에 대한 가이드를 담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첨삭 글쓰기》만큼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의 책은 드물다. 저자는 소설 이외에 수필을 비롯한 칼럼, 기사, 보고서, 논문 같은 다방면의 글쓰기를 위한 정확한 지침을 알려준다. 글쓰기 가이드 책은 저자의 성향과 작업 방식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제안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전 글쓰기 연습을 막 시작한 이들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형식을 잡아주는 책은 흔하지 않기에 《첨삭 글쓰기》가 더욱 반갑다.


저자의 세부 목차 중에서 눈길을 끈 것이 있다. 바로 '줄줄 흘려 쓰지 말고, 각 잡아 써라'였다. '줄줄 막힘없이 써야 진정 작가다운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범하기 쉬운 오류를 잡아준다. 문단 간의 짜임새를 만들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원칙을 바로 아는 것. 놓칠 수 있는 작은 글쓰기 수칙 하나도 정확히 지킬 수 있는 꼼꼼함. 내 생각과 감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할 때 아마추어의 느낌을 벗어날 수 없는 그 한 끗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원칙 안에서 감성은 자유로울 수 있고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유려하게 한 번에 써 내려간 것 같이 보이는 멋진 글의 뒷면을 상상해 보자. 작가가 고군분투하며 수도 없이 수정했을 구조 잡기와 문장 쓰기의 치열함이 숨어있다. 구구절절 설득하지 않아도 《첨삭 글쓰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뒷면을 깨닫게 되었다. 난립하는 글쓰기 정보들 중 꼭 고쳐야 할 것들도 정확히 꼬집어 준다. 저자의 말대로 '정확한 글쓰기' 연습은 기본중 기본인데 우린 그동안 너무 감성에만 치우친 글쓰기에 몰두하지 않았었는지 생각해 보자. 가수가 본인 감정에만 취해 노래를 하면 청중들은 되려 감동보다는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법이니까 말이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첨삭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진정한 글쓰기는 초고를 스스로 몇 번이고 첨삭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이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필을 쓰고 싶은가? 정확한 정보와 세상을 보는 눈을 공유하는 칼럼이나 기사를 쓰고 싶은가? 타인을 설득시킬 논문을 쓰고 싶은가? 시작은 같다. 당연한 것은 없다. 다양한 장르의 첨삭 사례와 글쓰기의 기본인 구조 잡기와 문장 쓰기 그리고 범하기 쉬운 잘못된 글쓰기 상식까지 백우진 저자의 《첨삭 글쓰기》는 당장 한 편의 글을 쓰는데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대개 글쓰기를 시작한 일반인은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무작정 쓰기 시작한다. 점점 쓰기의 양이 늘어나면서 자신감도 붙는다. 문제는 그렇게 쓴 글이 일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신이 지금 그 과정에 놓여있다면 《첨삭 글쓰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례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김춘수 지음, 신소담 그림 / 다림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곧 한가위입니다.

전 '추석' 보다 '한가위'가 더 좋아요.
뭔가 더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의 느낌이 들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한가위가 되면
삼삼오오 가족 친지들끼리 모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의미나 풍경은 많이 변하고 바래져 가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래봅니다.

시인 김춘수는
시 <차례>를 통해 한가위를 준비하며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수박에 소금 발라 주시고
따끈한 송편 바로 입에 넣어주시던 할머니를요.

그리고 얘기합니다.
'홍시 하나 드리고 싶어요'.

김춘수 시인의 이 시는
신소담 작가의 그림과 함께 다시 태어났습니다.

표지를 쫙 펼쳤을 때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차례상 그림은
이미 우리에게 차례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합니다.

색색깔 고운 정성스런 차례음식들은
차례상이 낯선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겁니다.

표지를 넘어 앞면지를 펼치면
작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문을 활짝 열고
우리들을 한가위 속으로 초대합니다.

모든 것이 무르익어 누렇고 빨간 가을의 작물들,
푸른 빛을 뒤로 하고 붉게 노랗게 물들고 있는 산과 들,
시골 마을의 집집마다 한가위를 지내러 온 가족들까지~

참 넉넉합니다.
휘엉청 한가위의 밝은 달도 떴습니다.

이억배 작가의 <솔이의 추석 이야기>가
시골집으로 가는 분주한 여정을 얘기했다면

김춘수 시인과 신소담 작가의 <차례>는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풍성한 한가위를 그 자체를 얘기합니다.

시 그림책인만큼
조곤조곤 아이와 함께 낭독하며 읽어 보세요.

한가위 후에 서리가 내리고
한가위 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 기러기가 찾아오는 것을
아이들은 알게 될 거예요.

한가위, 추석의 풍성함과 함께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선과 곡선 - 2022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그림책 숲 24
데보라 보그릭 지음, 피아 발렌티니스 그림, 송다인 옮김 / 브와포레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름과 다름이 만나 새로운 다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일겁니다.

우리는 이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를
너무나 쉽게 망각합니다.

이곳에
서로의 다름을 경계하는 두 친구가 있어요.

이들이 어떤 조화로움을 만들어낼지 함께 살펴 볼까요?

직선과 곡선이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해요.

맞아요,
세상에는 직선과 곡선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
서로가 더 멋지다고 맞서기만 합니다.

우르릉 쾅쾅!!!

직선과 곡선은
'다름의 조화로움'을 깨닫고
서로의 우정을 회복하게 될까요?

미국에서 태어나
현재 이탈리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글을 쓰는 작가 데보라 보그릭은
간결한 문장으로 '다름과 우정'이라는 가치를 얘기합니다.

그림작가 피아 발렌티니는
지루할 수 있는 직선과 곡선의 느낌을
형태 뿐만 아니라 그려지는 질감까지 완벽하게 표현해
냅니다.

각자 직선과 곡선으로만 표현되는 것들로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직선과 곡선이 함께 할때
더 멋진 것들로 가득하지요.

책의 말미,
직선과 곡선이 함께 했을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파도의 형상으로
그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그림책에서 '선'은
간결하지만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브와포레의 <직선과 곡선>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다름, 다양성, 우정, 상상에 대해 얘기해 보세요.

분명 여러가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두리로켓 마지막 이야기.

그 마지막은
유난스럽지도 그렇다고 마냥 차분하지도 않은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도전과 난관을 극복하는
쓰쿠다제작소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이케이도 준은 타고난 이야기꾼임이 틀림없네요.
비슷한 구성의 이야기로 4번째 정도 되면 지루할 법도 한데
새로운 부제를 달고 나온 각 시리즈는
같은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속도감, 몰입감, 구성력
정말 최고네요.

왜 그의 소설이 소설에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변두리로켓 마지막 이야기의 표지는
좀 뜬금없다 싶을 수도 있겠어요.

누렇게 벼가 익은 듯한 황금빛 들판이라니...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닌 자율주행 농기계라니...

태초의 노동은 땅에서 시작했듯이
쓰쿠다 제작소의 시선은 농경지로 옮겨갑니다.

이야기에서 길잡이 위성의 명칭인 야타가라스를
부제로 잡은 것도 같은 연결 선상에 있는 것일까요?

야타가라스는 일본어로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
즉, 삼족오 八咫烏(やたがらす)를 뜻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의 신화에 등장하는
삼족오는 하늘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동시에
태양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요.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변두리로켓: 야타가라스>의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오직 기술력과 근성만으로 버틴 쓰쿠다제작소가 그 배경을
이제 노동의 근간인 농업으로 돌아간 겁니다.

이케이도 준은
쓰쿠다의 자율주행 농기계 '랜드크로우'를 통해
통쾌한 복수를 보여주려 한 것일까요?

그의 의도는
일에 대한 의의이었습니다.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거지.
그런데 당신들의 비전에는 당신들밖에 없잖아.


바로 노동과 기술의 쓰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죠.

쓰쿠다제작소는 그동안
우주로켓, 인공심장, 트랜스미션까지
쓰쿠다의 기술의 쓰임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의 쓰임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쓰쿠다의 비전이 남습니다.

<변두리 로켓> 4권의 시리즈를
한데 모아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몇달동안 참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도서관입니다
명혜권 지음, 강혜진 그림 / 노란돼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책 <나는 도서관입니다> 를 손에 넣었을 때 

짧지만 도서관에 대한 통찰이 충분히 녹아있는 글에

작가의 이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작가였다. 


문헌정보학을 10년 이상 공부했던 나로선

이렇게 사서가 작가인 책을 접하게 되면 

강렬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뭉근한 동지애가 밀려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그림책은 도서관이 '나'라는 시점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앞서도 질문을 던졌다.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보고 '공부'하러 가지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책을 열람하며 자기계발에 힘쓰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활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이자 사서인 명혜권 님은

그림책 <나는 도서관입니다>를 통해 

도서관의 다양한 존재 이유를 강조한다. 


'나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라고 말이다. 


책을 중심으로 

읽고 말하고 나누고 성장하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공간.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정숙함'의 이미지를 벗어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오가며 일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나는 웬만하면 

도서관을 개관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개관하기 전 사서들이 말끔하게 정돈해 놓은 

가지런한 서가를 홀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은 

약간의 오바를 더해 설레이기까지 하다. 


서가에 책들이 그냥 꽂혀져 있는 것 같지만 

한 권의 책이 분류번호 몇번째 그 서가에 꽂히기까지는

사서의 고민과 손길이 더해져 있다. 


그 수고와 지적인 숙고를 알기에 

나는 개관 직후 서가를 좋아한다. 


또한 그림작가 강혜진 님은

나의 이런 서가에 대한 설레임을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온갖 책들이 꽃혀있는 서가는 

색색깔 모아진 책등들을 바라볼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예쁨이 있다. 


그 예쁨을 강혜진 작가는 부드러운 색감으로 보여준다. 


---------------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도서관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그림책 <나는 도서관입니다>는 

도서관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그 첫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딱일거란 생각이 든다. 


숲세권, 팍세권, 학세권 등을 이어

주거지역에 도서관이 가깝길 바라는 '도세권'이라는 말이 생기길 바란다. 


다른 이들이 다 읽고 쌓아놓은 정리되지 않은 북카트를

슬쩍 훔쳐보다 나만의 인생의 책을 발견하길 바란다. 



책 읽는 소리,

손때 묻은 서가,

이야기를 찾으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 


도서관은 분주한 곳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