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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 - 협상이 불안한 당신을 위한 12가지 솔루션
류재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나는 최근에 협상에서 실패했다.
안건은 회사 내에서의 팀 이동과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건이었다.
나를 원하는 새로운 팀이 있었고, 나도 그 팀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었으며, 지금 소속된 팀에서도
동의를 다 구했었다.
정말 Win-Win 협상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다.
(왜? 현재 소속된 팀과 새로운 팀 양쪽의 동의를 다 구했기 때문에...)
하지만, 인사발령이 상신되기 바로 직전에, 내 협상이 엎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블랙스완이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블랙스완에 대해서 전혀 대비를 하지 못했고, 결국 실패로 돌아섰다.
정말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던 건, 내 자만이었다.
이번 협상의 진행과정, 결과와 패착의 원인을 이 책 "협상바이블"의 12가지 솔루션에 의거하여 분석해본다.
<사전 배경>
*** 나에 대해 ***
나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입사 8년차 대리이다.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기러기)를 하고 있으며, 주말부부에 진절머리가 났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곧 종결된다.
나는 기회가 되면 본사로 복귀하여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싶다.
*** 새로운 팀의 부장님(A)에 대해 ***
내가 현재 소속된 부서에서 근무하시다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본부 내 타부서로 소속을 옮겼다.
나에게 먼저 같이 일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나와는 안면이 있고,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계신 듯 하다.
현재 본사에서 일을 수행하고 계신다.
***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
세종시 산업공단 내에 2차전지 관련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이다.
현재 내가 수행한 프로젝트와 연관성과 연속성을 띄고 있고, 향후 시장 발전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현장이 내 집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다. (정말 여차하면 출퇴근도 가능하겠다)
내 판단에, 내게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되는 좋은 프로젝트이다.
단, 같은 본부 내 타 부서로 보직을 변경해야만 수행할 수 있는 Risk가 있다.
*** 등장인물 ***
나
새로운 팀 부장님(A), 새로운 팀 팀장님(B), 새로운 팀 부서장님(C, 블랙스완)
현재 소속팀의 부장님(D), 현재 소속팀의 팀장님(E)
본부 내 인사담당자(F)
<협상 진행/결과에 대한 분석>
1. 목표를 설정하라 (평가 : O)
새로운 팀 부장님(A)께서는 당장에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부하직원 충원이 시급했다.
나는 현재의 업무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기회를 얻어 본사로 복귀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새로운 팀 부장님(A)와 나의 협상목표는 협상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명확하고 분명했다.
2. 요구가 아닌 욕구에 집중하라 (평가 : O)
우리는(새로운 팀 부장님(A) 그리고 나)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다.
새로운 팀 부장님(A)께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최근에 부서를 옮겼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믿을맨이 필요한데, 새로운 부서에는 잘 아는 인원이 없다.
이왕이면, 안면도 있고, 일 경험도 있는 나를 믿을맨으로 점지하셨다.
나는 부장님(A)의 욕구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다.
나는 본사로 복귀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주말부부를 더이상 하기 싫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너무 어리고, 와이프도 힘들어 하기때문에 주말부부는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때마침 부장님(A)의 최고의 제안이 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면 현장파견을 가더라도 집에서 많이 멀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면 출퇴근도
가능하다.
부장님(A)께서도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실 수 있다.
서로에게 Win-Win 이다.
3. 상대에게 기준을 제시하라 (평가 : O)
새로운 팀 부장님(A)께서는 내게 당신의 휘하에서 설계/구매관리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라고 제안하셨다.
지금껏 내가 해왔던 업무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흔쾌히 수락했다.
내 제안은 근무지다. 본사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부장님(A)께서도 나는 부장님(A)과 같이 붙어서 업무를 수행해야된다고 판단하셨고, 이를 수락하셨다.
우리는 서로의 제안과 기준에 양 쪽 모두 동의했다.
(최고의 Win-Win 성과를 도출해냈다.)
4.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라(평가 : △)
새로운 부서는 현재 내가 소속된 부서와는 업무스타일이 달라서, 담당자의 역할이 디테일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고, 팀원들 각각이 모두 Allround Player 로서 업무를 수행한다고 확인되었다.
부장님(A)께서는 설계/구매 업무(PA, Project Associate)와 시공관리 업무(CA, Construction Associate)를 겸업할 수 있는지 여쭤보셨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설계/구매 업무(PA)와 시공관리 업무(CA)를 모두 수행한 경험이 있다.
설계/구매 업무를 집중해서 수행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지만, 필요에 따라 설계/구매 업무(PA)와 시공관리 업무(CA) 업무를 겸업으로 수행하는 것이 창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5. 숨은 이해관계인을 찾아라 (평가 : X)
(이번 협상의 패착원인, 블랙스완)
내가 새로운 팀 부장님(A)과 함께 새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 보직과 팀 변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팀 변경(소속 변경)과 관련되어서는 많은 이해관계자의 동의가 필요했고, 실제로 동의를 구하기 위해 각각의 이해관계자와 별도의 협상을 진행했다.
1) 새로운 팀의 팀장님(B) : 새로운 팀 부장님(A)께서 두 세번에 걸쳐, 내 영입에 대해 협의를 하셨다.
2) 현재 소속팀의 직속부장님(D) : 수차례에 걸쳐 면담도 진행하고, 결국 감정에 호소하여 동의를 구했다.
3) 현재 소속팀의 팀장님(E) : 나의 앞날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를 적극 지지해주시고 동의를 해주셨다.
4) 본부 내 인사담당자(F) : 내 부서변경에 대해 부정적이나, 현재 소속팀의 직속부장님(D)의 동의가 있으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듯 하다.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열의도 보이고, 때론 감정에 호소하기도 하면서 현재 소속팀과 새로운 팀 쌍방에
동의를 직.간접적으로 받아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히 준비된 줄 알았고, 곧 인사발령이 공지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인사발령을 상신하려고 하는 그 찰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숨은 이해관계자가 나타났다.
그 분은 바로 새로운 팀의 부서장님(C)이시다.
블랙스완이었다.
사실 새로운 팀의 부서장님(C)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장님(C)을 Risk 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내 팀 변경에 대한 절차와 준비가 새로운 팀
부장님(A)께서 부서 변경을 진행하실 때와 동일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선례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일을 안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나서서 요청하는 것이었는데..
그 것이 섣부르고 안일한 판단이었다.
새로운 팀 부서장님(C)께서는 기존에 같이 업무를 수행해오던 기존 팀원들을 최대한 투입하려고 하신 듯 했다.
기득권층이 있었던 것이다. (곧 업무가 종료되는 팀이 있었다.)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정보가 부족했다.
나 스스로는 괜찮은 조건을 갖춘 팀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부서장님(C)께 있어, 나라는 팀원은 아예 옵션에도 없던 것이었다. (타 부서 인원이기 때문에 굳이..)
짧은 생각과 정보 부족에 따른, 숨은 관계인을 다 찾아내지 못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패착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협상 테이블은 완전히 엎어졌다.
6. 당신만의 배트나를 찾아라 (평가 : X)
(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이 결렬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협상이 엎어지고 나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배트나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새로운 팀 부장님(A)은 당장에 필요 인원을 충원하지 못해, 업무 수행이 조금 지연되는 것은 그래도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팀원은 충원될 테니까.
문제는 내게 있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말고는 본사로 복귀하거나, 주말부부를 끊어낼 다른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블랙스완(부서장님(C)의 반대)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진행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정작 협상이
엎어지고 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배트나는 전혀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 존재가 빛날 수 있는, 특출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 한탄한다.
결국은 실력이 부족해서, 설득을 하지 못한 것이다.
혼자만의 자만에 빠져,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고 대비해 두지 않았음에 한탄하고 또 한탄한다.
7. 최적의 타이밍에 공략하라 (평가 : O)
새로운 팀 부장님(A)과 내가 협상을 하며 내 인사발령을 추진했던 타이밍은 좋았다고 판단된다.
서로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요구를 했고, 서로의 욕구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단지, 타이밍은 좋았으나, 정보가 부족했고, 자만했으며, 대비가 부족했다.
8. 상대의 감정을 흔들어라 (평가 : △)
이번 협상을 진행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이해관계자는 현재 소속팀 직속부장님(D)이었다.
현재의 팀에서 나를 지지하며 보내주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와도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니까.
그래서 현재 소속팀 부장님(D)과 개인 면담도 많이 하고, 요청 메일도 보내면서 감정에 호소했다.
결과는 부장님(D)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다.
아마도 나를 많이 봐주셨을 것이다.
9. 협상 후 마침표를 찍어라 (평가 : O)
(부서장님(C)을 제외한) 다른 팀장님과 부장님들의 동의가 확정되자마자, 서둘러 인사발령을 진행하려고 했다.
잉크가 마르기 전에 마침표를 찍고 확정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서장님(C)의 반대에 보류되고 말았지만, 시도는 좋았다.
10. 궁극적으로 신뢰를 얻어라 (평가 : X)
나에 대한 신뢰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평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다만, 좋은 신뢰를 얻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은 확실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새로운 팀 부서장님(C)은 당연히 나에 대헤서 잘 모르신다.
관계가 전혀 없다.
그런 부서장님(C)께 나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실력과 경험으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결국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러기엔 내 실력은 내 생각보다 더 특출나지도 않고 오히려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친다.
이를 와신상담(臥薪嘗膽)하여, 절대 내 실력에 대해 자만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히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
11. NPS를 활용하여 철저히 준비하자 (평가 : X)
본격적인 협상 준비하는 단계에서, Check List 를 하나하나 적어가며 준비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블랙스완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철저히 적어서 분석하고, 준비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여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12.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 아님을 기억하라 (평가 : △)
이번 협상은 시원하게 깨졌다.
부족했고 반성했던 부분들(Check List 적기, 절대적 실력키우기, 자만하지 않기 등)을 보완하고 고치면서
더욱 더 성장하자.
비록 이번 협상은 실패했지만, 내 실력을 더 키워서 때를 기다리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한다.
나름 주말부부의 이점(평일 퇴근 후 자유시간)을 무조건 활용해서 내 실력을 키우는데 전념할 것이다.
내 실력이 곧 나에게 최고의 배트나가 될 것임을 명심한다.
한 번의 협상에서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깨져버린 내 유리멘탈은 까짓꺼 다시 갈아끼우면 그만이니까.
대신, 방심하지 말고 늘 경각심을 가지고 목표달성(주말부부는 이제 그만!)을 위해 실력을 쌓자.
협상의 테이블은 다시 찾아온다. 반드시.
<성찰>
모든 협상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경험해 보았다.
이번 협상도 사람에서 시작하여(새로운 팀 부장님(A)의 프로젝스 수행 제안) 사람 덕분에 엎어졌다.
(새로운 팀 부서장님(C)의 반대)
그리고 내 실력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았다.
(내 업무 경험과 실력이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로지 내 착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평가 받아지는 객곽적인 내 실력은, 그냥 형편없다.)
반성하고, 또 반성으로 그치지 않고 신랄한 평가를 씹어먹고 나는 더 성장하겠다.
협상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에,
다음 협상을 위해 나는 내 실력을 쌓으러 간다. 대체불가능하게끔!
Feat. 혼자서 34개월 첫째와 13개월 둘째를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와이프님께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