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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 이중섭의 삶과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예술기행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나는 어떠한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걸으며 그림을 그립니다.”
1916년 일제강점기에 평안남도 평원의 부농 집안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중섭은 어렸을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중섭의 화가로서의 재능은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만난 훌륭한 스승 덕분에 꽃 피우게 된다. 오산학교 시절 이중섭의 미술부 스승은 당시에도 드물게 프랑스와 미국에서 유학을 한 인재들이었다.
그 후 자유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학풍의 일본 분카가쿠인 미술학교로 유학을 간 이중섭은 그곳에서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더욱 확장시키는 한편 운명적인 만남을 맞이한다. 바로 '남덕'으로 불리우는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이다.
이중섭의 그림과 관련한 예술적 성취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중섭과 마사코의 러브스토리도 무척 궁금했었다. 그리고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이 책을 통해서 거의 대부분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중섭과 마사코는 서로를 '아고리'와 '남덕'이라고 불렀었다. 아고리라는 애칭은 일본 미술학교 시절 만들어진 별명이었다. 한 수업시간에 이씨(李) 학생이 세 명이나 되자 각자의 특성에 맞추어 별명을 만들어주었는데, 이중섭은 턱이 길다고 해서 턱을 뜻하는 일본어 '아고'에 성을 붙여서 '아고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이중섭은 아내가 된 마사코에게 '따뜻한 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여자'라는 뜻으로 '남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또한 아내의 발가락을 치료해줬던 일을 계기로 '발가락군'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어떠한 부부가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어떠한 젊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열렬한 애정만한 애정이 또 없을 것이오. 일찍이 역사상에 나타나 있는 애정 전부를 합치더라도 대향과 남덕이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는 참된 애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게요. 그것은 확실하오. _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또 하나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중섭의 아내가 갑자기 일본으로 돌아간 이유였다. 일본의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집안의 유산 상속 문제로 본인이 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갖은 노력에도 한국인이었던 이중섭은 일본으로 함께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자집 아들로 일본 미술학교에서 예술적 기량을 키우며 프랑스 유학을 꿈꿨던 이중섭, 도쿄의 자유분방한 엘리트 처녀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시집 온 마사코, 이들의 사랑은 조선과 일본, 그리고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 앞에서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모든 것을 세계 속에 올바르게 당당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오.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으로 자처하오.”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은 이중섭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현재는 갈 수 없는 이중섭의 고향이 있는 북녘땅을 제외하고 이중섭이 머물렀던 일본, 부산, 통영, 제주도, 그리고 서울과 그의 묘지까지 말이다. 이중섭의 생애를 그가 머물렀던 장소를 찾아서 순서대로 전개되기에 이중섭의 삶을 이해하기에 무척 쉽다. 거기에 이중섭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더해지니, 이중섭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는 이중섭, 그의 삶과 사랑,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이중섭이라는 위대한 예술가에게 다시 한 번 반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직접 찾아나선 이중섭의 발자취는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중섭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이 책은 백 년의 시간을 넘어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의 화가' 이중섭과 더욱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