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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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이건의 "킵"은 매스컴이나 사람들의 입소문에 참 많이도 오르내린 책이다.

너무 대단하다....라는 평부터, 나는 뭐가 좋다는지 잘 모르겠다는 평까지...

내 주변 지인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극에서 극...

이건 뭐지? 하는 호기심과 함께, 중세의 고성이 등장한다는 피할 수 없는 유혹에 이 책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조직 폭력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대니'는 사촌 '하위'의 부탁으로 체코에 있는 고성의 리모델링 작업장으로 향하게 된다.

핸드폰의 안테나 하나 뜨지 않는 그곳에서 통신 중독자인 대니는 안절부절, 당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명하게 되고..

그 곳에서 그는 알 수 없는 환상(?) 혹은 환각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 안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무엇이 자신을 좀먹고 있는 벌레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소설은 이게 다가 아니다..

물론 작가의 시점에서 보자면, 모두 삼인칭일 수 있지만...이 소설에는 이번엔 누구지? 싶을 만큼 여러 명의 "나"가 등장한다.

응?응?응?하며 책장을 되짚어 온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리만큼,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다.

 

지금의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적으로 누구와 관계를 맺고,

어떤 형식으로든 형성된 관계와 틀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우린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그 안에서 진정한 나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적한 시간에 창가에 혼자 기대있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진짜 내 모습이 어땠더라?....하는 의구심...

보여지는 내 모습이 다가 아니지만, 그 모습으로 지금껏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믿어버린 그 모습이 과연 나인지...

바쁘고 쫓기고 경쟁하는 세상 속에서 나를 마주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이 책은 돌아보게끔 해주는 것 같다.

 

생각보다 술술 마구마구 넘어가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적어도 나에게는...

어느 한 장르에 가둬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해야할까...이 책은 추리 소설이야...아니면 이 책은 환상 소설이야...라고 꼭 집어 말할 수가 없는 책인 듯 하다.

책 표지나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 여러 지면을 통해서 고딕소설이라고 얘기를 들어왔지만...그것은 이 책의 한 부분일뿐...

어쨌거나...무척이나 새로운 소설을 보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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