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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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문화센터에 가 본 적이 있습니까. 보통 내 또래의 여성이라면 아이를 키우며 문화센터에 첫 발을 디디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아이와 어떻게든 잘 안 가는 시간을 떼워보려 난리 부르스를 췄던 지난 날들… 애도 나도 각종 동물 분장으로 노래 부르고 춤추며 영혼을 털었던 시간. 마치면 아이에게 비타민 사탕을 하나 까먹이며 ‘아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보냈구나(도대체 어디가…)’ 싶었던 문화센터! 일명 문센! ‘어른의 문화센터는 뭐가 좀 더 다를까’ 싶어서 펼쳐든 책 속에는 배우고 싶고 따라가고 싶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저자가 문화센터에서 중국어를 배워서 HSK4급 자격을 땄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언어를 배우며 좀 넓은 세상을 꿈꾸는 모습에서 아, 단지 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나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구나. 중국어를 배워서 중국 할머니와 친구가 되기, 중국에 한 달 살기를 소원하기를 꿈꾸며 저자는 말한다. ‘노년에 스스로 찾아낸 횡재다.’ 횡재를 누리는 귀여운 어른의 이야기를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그뿐인가, 춤을 추기에는 젊은 시절만큼 발목이 잘 협조해주진 않아 자신은 없지만 해 보기 전엔 알 수 없지. 꼭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다가 못 가면 그만(p.71)이라고 생각하는 쿨함… 맘에 들어....

68살,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의 시선은 할머니라는 단어에 정경아 선생님을 가뒀을지 모르겠다. 무임승차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몸은 한 군데씩 오래 사용했으니 고쳐달라고 하는 시기. 생각하면 조금 서글프고 서운할 수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나이를 먹고 있다. 현명하게 인생 2막을 사는 방법을 책에서 읽으면서 주변의 어른들도 떠올려본다. 스타벅스 라떼를 좋아하시는 우리 시어머니도 생각난다.

이 책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과거에 어땠고, 고생했지만 지금은 잘 산다-식의 이야기가 아니라서였다. 고생담과 과거의 곡절이 있었다면 살짝 식상할 뻔 했다. 지금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만을 읽으며 상상해보는 나의 미래. 몇 살이 되든 배우는 사람일 수 있다면! 진짜 멋지지 않은가요♡ ‘읽는 내내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었으니 나는 미리 조금 생각해 볼 수 있겠지. 귀엽고 멋진 할머니가 되는 나를 상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책.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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