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화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너'라는 한 글자를 '나'로 바꾸었으면 훨씬 읽기 매끄러웠겠지만, 굳이 '너'를 선택해 글을 쓴 그녀의 의도가 알 듯 모를 듯 다가온다.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너'는 '당신', '그'와 같은 또 다른 화자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자칫하면 신파일 수 있는 이야기를, 읽는 이의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각자의 사연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들쳐볼 수 있도록 담담하면서도 처연히 슬픈 어조로 얘기한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그러면서도 '엄마'라는 단어에 곧 포함될 나의 처지를 생각하니 부담스럽기도 한, 누구나 그녀의 이야기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그런 책이다. 이상하게 집중하기가 힘들어(문득문득 떠오르는 나의 기억들 때문인가)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