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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두가지이다. 나의 독서 영역을 다양화하고 싶은 욕구와, 제목이 주는 임팩트였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의 공포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생존한 인류로부터 배워야할 교훈이 있다는 추천사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우리 조상은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 신체가 불리한 종, 무기가 없는 쪽, 보온에 취약한 종이 살아남았다고 했다. 아이러니하다. 살아남는 자는 당연히 강한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바이블 게임같은 것을 보면 제일 강한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그러니, 약한 쪽이 살아남는다는 주장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중학교를 다니며 처음으로 인류의 조상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배웠고, 나의 뇌에 그 사실은 깊이 세뇌되어있다. 내가 학교를 다닌지 너무 오래되어서 업데이트된 인류학 정보를 몰라서일지 모르지만, 이 책에는 초기 인류가 더 많이 나와있었다.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은 "사헬란트로부스 차덴시스"로, 약 700만년 전 거의 완전한 두개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오로린 투게넨시스", "아르디페티쿠스 카디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보다 먼저 살아온 초기 인류들이다. 이들이 유인원과 구별되는 특징은 송곳니 크기의 축소와 직립이족보행이다. 송곳니 크기의 축소가 의미하는 것은 일부일처제 사회이다.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은 유인원은 일처다부제이다 보니 싸움이 잦고, 공격에 사용되는 송곳니가 클 수 밖에 없다. 직립이족 보행을 하면 네 발로 다니는 것보다 단거리 달리기에 불리하여 포식자의 공격을 받기 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립 이족 보행을 했다는 것은 음식물을 두 손으로 날라 자기 가족을 먹였다는 증거이다.
초기 인류는 다른 종들보다 확실히 느리고 약했다. 걸어다니다가 사자를 만난다면 도망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진화와 멸종을 계속했다. 약점이 있으므로 스스로 살아남을 강점을 만들었다. 도구를 만드는 것이 그 중 하나의 방법이었다. 도구는 사냥을 더 쉽게 했고, 육식도 가능하게 했다. 그러면서 인류는 뇌가 점점 발달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인류는 다산을 택했다. 많은 자식을 낳고 무리를 지어 생활함으로써 살아남는 방법도 공유하고, 더 강한 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였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강했다. 그들은 몸집이 크고 강했고, 불과 석기를 사용하는 지혜를 가졌으며, 추위도 잘 견디는 종이었다. 그런데, 그들보다 약한 호모사피엔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되고 결국에는 멸종되었다. 현재까지도 살아남아 있는 종은 호모 사피엔스이다. 그들은 약했지만,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먹을 것이 부족하므로 무엇이든지 먹는 잡식성이 되었다. 추위에 약하니 옷을 만들어 입고 그 추위를 이겨내었다. 힘이 약하니 멀리서 던지는 사냥 도구를 만들었다. 공격을 당해도 종족이 보존되게 하기 위해 아이를 많이 출산했다. 심지어 네안데르탈인과의 사이에서도 자식을 낳으며 좀 더 강한 DNA를 물려주었다. 살아남은 자는 강하지 않으므로 살아남기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오랜만에 인류의 기원에 대한 책을 읽었고, 학교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다. 화석이 가지는 중요성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왜 이것이 인류학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는지 아니면 가설로 끝나는지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주었다. 페이지당 글자 수도 적당하고 소제목에 따른 내용의 분량도 적당하여 책을 읽는데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나와 같이 과학과 인류학의 영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책의 디자인에도 많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글자체가 지겹거나 글자수가 많으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번역도 잘되었는지 읽으면서 억지스럽거나 이해하기 힘든 문장은 없었다. 그래서 간만에 나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