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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평점 :
문학 평론가로 유명한 고 황광수 선생님과 정여울 작가는 서른 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절친이라 부른다. 두 명이 합심하여 책을 쓰던 중 황 작가님은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정 작가는 홀로 이 책을 마무리하여 선생님과 그 가족들에게 바친 애틋한 사연을 가진 책이다.
황광수 선생님과 정여울 작가 사이에 가장 부러웠던 점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둘만의 독서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정여울 작가는 인간에게는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어 타인의 사랑과 우정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고 했다. 언제나 곁에서 응원해 주며 아무런 기대 없이 베풀어주고 어여뻐해주던 선생님은 스승이며 친구였었다고. 그들이 서로 절친이 될 수 있었던 공통의 분모는 바로 문학이었다. 다른 사람의 가치에 흔들리지 않는 문학의 가치를 추구하며 프리랜서로 살아왔다는 점이 그들이 서로 통하게 되는 계기였다.
그들은 문학의 발원지인 유럽을 함께 여행했었고. 둘만의 북클럽 활동으로 대면 모임도 하고, 편지도 주고받았다. <마지막 왈츠>에서 그들이 공유했던 편지, 인터뷰, 에세이가 실려있다.
문학의 대가인 황광수작가님은 편지를 통해 암을 마주하며 살게 된 삶을 글로 표현했다. 생명 없는 물질계가 생명 있는 존재를 살아가게 하는 산실임을 느끼게 되었고 이제껏 미미했던 자연에 관한 관심이 생겨나서 자연친화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다가 문학평론을 했다는 황 작가님은 문학평론가는 추천해 주기 좋은 직업이 아니고 보람도 적으며 남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도 어렵다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는, 나도 모르게 누리고 있는 너무 커다란 축복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엄청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어지지 않은 자유의 울타리를 스스로 조금씩 넓혀갈 때 기쁨이 나타나고, 자신 안의 민주주의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 자유를 위해 크고 작은 싸움을 하고 그것이 오늘날의 글쟁이들이 기꺼이 견뎌야 할 행복의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비평을 누가 읽겠냐고 절망하는 것은 문제를 외부에 다 두는 것이지. 모든 글쓰기는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시작되니까. 그 순간 잠재 독자가 생기는 거지.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는 타인의 읽기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더욱 성실하게 글을 써야 하고 이 지구상에 아직 예술가가 존재하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