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스로 다짐한 약속 때문에 돈을 받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웃는 게 아니라,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비웃는 거야.

얘야, 너도 어른이 되어 보면 세상에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내게 되는 일이 있어도, 그건 결국 자신한테 화를 내는 거란다.
자신이 밉기 때문이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미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그 속물적인 여자를 미워할 수 없는 속물적인 내가 나는 진저리 쳐지도록 미운 거야.

네가 앞으로 살아가다 어떤 악당과 싸우게 되면 말이다, 넌 그 악당보다 훨씬 교활해져야 해.
그러려면 너는 그 악다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해.

무릇 적을 쫓을 때는 활로를 주고 쫓으라 했다.

아아, 시간은 때때로 우리에게 얼마나 짖궂은 장난을 잘 치던가!
더구나 자존심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이 장난이 얼마나 쉽사리 먹혀들던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부끄러운 일은 아니어도 몹시 귀찮은 일임엔 틀림없어요.

참 이상한 일이야. 뭔가 아쉽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데, 사랑을 하면 더욱 아쉬워지게 되거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아무리 좋아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야.

사랑을 하면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아지고,
그래서 공연한 투정도 부리는 건데, 상대방은 결코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아.

너그러워져야 해요. 그래야 이해하게 돼요.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까닭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잘 해주든 못 해주든, 한번 떠나버린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슬픈 거야…….

우림이는 아픈 동안 너그러움을 배운 듯 싶었다.
너그러움이야말로 상대방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사실 또한.

이 욕망과 현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바로 우리네 인생인 것이다.

현실에 맞춰 욕망을 바꾸거나, 욕망에 맞춰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만나고 힘을 보태고, 그리고 강해진다.
그러한 세상살이 속에 사람은 결코 외톨이도 고독한 존재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인생이 갑자기 아름다워진다.

아홉 살 나에게 진실 이상의 것들을 가르쳐 준, 순 거짓말쟁이!

어떤 슬픔과 고통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회피하려 들 때 도리어 더 커진다는 사실!

현실은 우리를 속이지 않으며, 도리어 우리가 현실을 속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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