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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피오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문이당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 사람들은 자신의 시선으로 그녀를 빗질하고 있었고,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빗질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모습이나 색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p.206)
- 모든 것을 다 가진 자만이, 대문자로 쓰여질 만한 모험 가득하고 예외적인 삶을 바라는 법이니까.(p.39)
- 그땐 불행이 자연스러웠고, 웃음과 뒤섞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새로 생긴 이 대단한 행복은 그 불행만큼의 가치도 없었다.(p.258)
마르탱 파주는 참으로 기괴한 글 솜씨를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극과 극의 언어를 융합해 만들어 내는 글귀들은 소름끼치는 탄성을 자아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작가가 언어에서 조차 평범을 거부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기존의 틀을 깨는 다른 형식의 글을 읽어보길 원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글의 줄거리 보다도, 한 줄 한 줄 표현된 글을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묘하게 재미있다.
빨간머리 피오는 피오라는 한 젊은 여자를 단순히 그림그리는 여자에서 화가로,
다시 뛰어난 화가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예술계가와 당사자가 보여주는 혼돈을 그리는 작품이다.
스폿라이트가 사라지면 나는 과연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 또한 읽혀졌다.
'내 삶을 내 의지로 해결해 나갈 수 없다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감상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