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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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머잖아 숨을 멎는다면 엄마의 칠십일 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확실한 건 그 누구도 엄마의 매 순간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한다는 것일 터였다. 엄마의 전 생애를 몽타주 기법으로 편집한 기억의 파일들은 오직 엄마만이 온전히 소유하고 있을 테니까."


주인공인 '정연'은 췌장암으로 엄마를 떠나보낸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 정연은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엄마 곁을 지키며 병 간호를 한다. 호전되지 않는 암 치료를 그만하고 집에서 오롯이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냈다.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엄마가 떠났다는 말을 담담히 전할 수 있을 만큼, 슬픔을 여과하는 마음의 근육과 뼈가 만들어질 만큼, 그만큼의 시간이⋯⋯."


엄마의 장례를 치른 정연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직 엄마를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정연은 엄마의 집에서 좀 더 머무르기로 한다. 엄마를 더 담담히 보내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렇게 정연은 엄마 집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엄마 옷을 꺼내입기도 한다. 또 엄마가 운영하던 칼국수집 문을 열어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그렇게 하나둘 손님이 방문하면 칼국수를 내어놓기도 하면서.



"부재하면서 존재한다는 것, 부재로써 현존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 이번 겨울에 나는 그것을 배웠다. 슬픔이 만들어지는 계절을 지나면서, 슬픔으로 짜여졌지만 정작 그 슬픔이 결핍된 옷을 입은 채, 그리고 그 결핍이 이번 슬픔의 필연적인 정체성이란 걸 가까스로 깨달으며⋯⋯."


엄마 집에서 겨울을 보내며 정연은 깨닫는다. 엄마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부재하면서도 존재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춥고 어두운 겨울이라도 반드시 끝난다는 것을.


이 책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겪게되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엄마를 떠나보낸 후, 상실감을 극복하고 또 다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겨울을 지나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이 책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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