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사구에 갇힌다. 갇힌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이 태어나 살고 있는 이상, 의식하지 못할 뿐 세상에 갇혀있기는 마찬가지니까.주인공은 존재한다. 그 존재가 있는 곳이라면, 사구에 있든지 도시에 있든지 그런 것은 상관없다.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일이, 힘들더라도 살 이유가 있기에 '살 만할' 것이기 때문이다.주인공은 평범한 선생님으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름을 남기기 위해 희귀한 곤충을 찾으러 다니는 생활을 한다. 그것보다 모래와의 공생을 추구하는 삶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어디 있으나 마찬가지인 것이다.이 소설을 지배하는 모래의 이미지. 모래의 까끌거림과 텁텁한 맛이 느껴진다. 모래의 세계는 항상 황막하고 멈춰있는 듯이 보이지만, 바람에 흩날리며 이동하고 그 속엔 치열한 생태계가 존재한다.이미지와 철학이 존재하고, 재미와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만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 책을 덮으면서 어찌 뿌듯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