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만화 작품 중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책을 골라 봤다.


1. 그해봄- 인혁당 8명 사형수 이야기

2. 토요일의 세계

3. 까대기

4. 준이 오빠

5. 너는 검정

6. 나는 누구입니까

7. 좁은방

8. 웬델

9. 학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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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살아남기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지음, 류이연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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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 마음의 얼룩을 지워 주는 마법 같은 친구
브레나 섬러 지음,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8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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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내 빵 생활 이야기
김홍모 지음 / 보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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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입니까
리사 울림 셰블룸 지음, 이유진 옮김 / 산하 / 2018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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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당한 사람의 삶과 뿌리찾기.
입양시킨 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가.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문화가 바람직한 흐름으로 가는 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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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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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그러는데?

이 책의 초반부는 읽어 내기가 어려웠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생각 없이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삶에 대한 회의감이 겹쳐 가슴이 답답했다. 우리나라 작가인 정세랑의 글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어린 시절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 대한 차별이 내가 받았던 경험과 일치하면서 숨통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동생 식구들과 친정집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코로나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2차 접종이 더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동생이 그런데 남자가 되 가지고 아프다면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니까.”라고 말하니까 조카가 엄마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러길래 내가 왜 그러는데?” 하고 물으니 남자가 그러면 안 돼, 여자가 그러면 안 돼 라는 말을 하면 모두 싫어하고 안된다고 그러던데?”라는 말을 했다. 나는 지금도 남성의 모습과 여성의 모습이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그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고무적인 순간이었다.

 

2.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이 책을 읽어 내기 힘든 것 중 하나는 어려운 단어도 한 몫을 차지했다. 그래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는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페미니즘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을 가리킨다. 페미니즘은 19세기에 들어서 시작됐으며, 시대와 그 양상에 따라 크게 1세대, 2세대, 3세대 물결로 나뉜다. 1세대 페미니즘은 여성 인권 운동이었다. 2세대 페미니즘은 남성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 및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3세대 페미니즘은 다양한 성에 대한 수용과 성적 자기 선택권을 주장하고 있다.

페미니스트의 정의는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페미니스트가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단어인 줄 알았다. “페미니스트는 절대 남성 혐오주의자의 동의어가 아니다. 페미니스트는 레즈비언에게 붙는 이름표도 아니고, 이성애자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그 밖에 젠더에 순응하지 않는 모든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사상가도 행동파도, 노동자도 전문직도, 운동선수도 예술가도 극빈자도 대통령도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학대받는 여성들의 문제는 아주 심각하므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169~170)”라고 미아 드프린스&미켈라 드프린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협한 지식을 넓혀준 대목이다.

 

3. 페미니즘은?

나다운 페미니즘을 읽으며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 중 내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들을 모아봤다.

- 페미니즘은 어떻게 외모를 가꾸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회적 기대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다. --55

- 페미니즘은 신체 강박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개인적인 게 곧 정치적이다. 자신의 몸에 강박을 느끼게 만들고 자신을 비판하고 억압하게 만드는 현상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73

- 페미니즘이란 여성들에게 해를 입히는 고정 관념을 깨는 수단이기도 하다. --85

- 페미니즘은 여러 층위의 권력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정신 질환을 대하는 우리 문화의 유해한 태도 또한 페미니즘이 무너뜨려야 할 대상이다. --86

- 진짜 페미니즘은 진정한 평등을 위한 것이고, 우리 모두의 안에 내재 된 인간성을 위한 것이다. --142

- 우리의 페미니즘은 분노와 혐오, 남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빚어진 것이었다. 페미니즘은 아버지와 형제, 아들, 삼촌, 사촌들의 지지를 받는, 인간의 운동이어야 한다. --156

- 페미니즘은 인종과 종교, 장애 여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모든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주자는 주장일 따름이다. --169

- 페미니즘은 행동이다. --178

- 페미니즘이란 스스로 선택하고 그대로 행동할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226

- 페미니즘은 여러 생각과 믿음, 생활 방식과 열정의 집합체이다. 그 다양성이 페미니즘을 위대하게 만든다. --324

 

4. 다양한 나다운 페미니즘 이야기

제시카 루서가 쓴 페미니스트의 사랑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며 살고 있음인지 공감이 갔다.

여자들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나 가족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러나 결혼의 또 다른 당사자에게는 같은 요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학대당하고 자아를 잃어 가면서도 침묵을 지켜야 칭찬받을 수 있다. 페미니스트의 사랑은 이런 메시지를 부정한다. 페미니즘적인 관계에서는 누구 한 사람의 감정과 필요와 욕구가 더 중요하지 않다. 모두 똑같이 존중받는다. 그게 페미니스트의 사랑이다.”---278

완전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사랑은 그 자체로 결코 충분할 수 없다. 그냥 사랑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필수다. 상대와 페미니스트의 사랑을 나누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잊지 말자고 제시카 루서는 말한다.

2007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출판 문학계의 중심에 있었던 정세랑 작가의 글은 가슴이 먹먹했다. 추악했던 그 시절을 맞이한 사회 초년생 작가는 소설 속에서 그들을 복수한다.

편집자의 업무는 흥미로웠지만, 술자리의 꽃 취급을 당했던 것은 역겹고도 역겨운 경험이었다. 술자리 접대를 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작가들은 편집자들을 험하게 대했고, 새벽에 전화를 걸어 왔고, 심한 경우 만지기도 했다. 최악의 경험은 모 원로 작가의 문하생들과 함께 있던 자리에서 겪었다. 방송국 피디라는 자가 나를 만지고 내 눈앞에서 돈 부채를 만들어 흔들며 말했던 것이다.
, 나랑 내 러시아인 여자 친구랑 따로 한번 만날래?”
몇 년 후, 나는 그자를 소설에서 추하게 그려 복수 했지만 그 자는 그때의 일을 기억도 못하리라 장담한다. 가해자들은 매번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45)

노바 렌 수마는 고등학교 졸업반에서 세계 인문 수업을 들었다. 수업 계획서를 보고 여자 작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왜 수업 계획서에 여자가 하나도 없죠?”라고 묻는다. 그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가 없어서란다. 이 말을 듣고 선생님이 틀렸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성 작가의 책만 읽겠다 결심하고 5년가량 여성작가의 책을 읽었다. 여성 작가들의 책만 읽게 되면서 금세 여성 작가들이 가치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여성이 주인공인 청소년 소설을 4권이나 쓸 수 있었다.

코트니 서머스는 소설의 세계는 호감의 규칙이 지배한다고 했다. 여성 인물은 다른 무엇보다도 호감이 가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독자의 이상에서 어긋나니까. 하지만 그는 본인의 올 더 레이지라는 소설 속 여성 주인공을 까칠하게 그렸다. 자기 고통을 숨기지 않더라도, 남의 호감을 사려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 여성에게는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인생의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애슐리 호프 페레스착한 여자가 되기를 강요받고 있는 사회에서 이를 깨기위해 노력했다. 말대꾸하지 않는 착한 여자가 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손하고, 사려 깊고,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준비가 된 말대꾸를 하고, 누군가에게는 참견으로 보일 행동이 연대의 행위다고 했다. ‘착한 여자라는 다른 사람의 틀에 스스로 욱여넣고 매순간 남들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착한여자를 관두자고 했다.

 

5. 나다운 페미니즘

딸이 어느 날 엄마! 내가 친구들 만나고 나서 엄마한테 고마운 것이 있었어. 뭐냐면 오빠하고 나하고 차별하지 않고 키워서.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엄마 아빠가 오빠와 자신을 차별해 키웠다고 열을 내더라니까.”라는 얘기를 했다. 내가 자랄 때는 남동생과 차별을 많이 받고 자랐으나 내 아이를 키울 때는 의식적으로 아들과 딸을 구분해 키우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아들이나 딸이 주장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5살이 된 딸아이가 치마를 입지 않겠다고 했을 때, 예쁜 치마를 입히고 싶은 나의 마음을 내려놓고 유치원도 반바지를 입는 곳으로 보냈던 기억이 있다. 딸이 얘기한 것처럼 아들딸을 차별하지 않고 키우고, 딸의 주장을 꺾지 않고 잘 들어 준 것 또한 나다운 페미니즘의 실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들었던 답답함과 회의감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해소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것들이 몸에 체화되어 나도 모르게 나다운 페미니즘을 실천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활동했던 어린이도서연구회의 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내 아이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겨레의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는가!

켈리 젠슨은 페미니즘은 그때나 지금이나 화려하지 않다. 내 강점은 듣기와 생각하기, 평가하기와 지지하기인데 이것들은 눈에 잘 보이고 귀에 잘 들리는 다른 페미니스트들의 강점만큼이나 중요하다. 나의 페미니즘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시끄러운 사람과 조용한 사람들이 함께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나의 목소리에는 똑같은 무게가 있다. 그 목소리를 사용하는 한, 누구나 자기 나름의 독특한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당신의 마법이 중요한 건, 당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374)”고 했다.

내가 내는 목소리가 보잘 것 없다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은 것들이 모여 변화는 시작된다. 지금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나다운 페미니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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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맛 창비청소년문학 80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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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많은 고뇌와 번민을 한다. 그 고뇌와 번민이 가장 많았던 때를 떠올려봤다. 그 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 할 때, 대학마치고 사회생활 할 때, 결혼 할 때인 것 같은데 이때는 뭔가를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기 때문에, 미래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며 두려웠던 것이다. 누구나가 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는 인생살이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는데, 청소년기 때는 나에게만 닥치는 시련으로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안정된 자세와 빠른 다리로 촉망받는 마라톤 에이스 마이에 소마는 오른쪽 무릎의 골절로 반년 간 달리기부를 이탈하게 된다. 소마는 자신이 더 이상 달리는 것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달리는 것에 대한 미련도 있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결정할지 모른다. 재활을 하는 도중 육상과 전혀 다른 요리에 눈을 뜬다. 단 한명의 요리부원 이사카 미야코. 미야코의 도움으로 동생 하루마와 아버지가 인정하는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부상 때문에 형제가 다투고 괴로움에 힙싸인 날에는 채소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달콤한 카레, 모의고사 성적이 형편없어 절망적인 날엔 엄청나게 커다란 로스트비프로 자신들을 달랜다. 소마 자신도 놀라울 만큼 요리의 세계에 빠져드는데 요리를 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외면하던 것들을 받아들인다.

동생을 생각하며 달리기를 해야 하는지 안해야 하는지 갈등을 일이키고 있는 소마에게 도망쳐도 된다고 생각해. 달리기로부터도, 동생에게 지는 것으로 부터도.’ 라고 말하는 미야코. 둘이는 음식을 만들며 더없는 기쁨을 느낀다. 또한 소마의 진로에 그렇게 정했으면 나는 이러쿵저러쿵 안 할게.’라고 말하는 담임선생님 미노루의 말은 어찌 생각하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진로는 자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정하는 것이라 여겨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점이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헛갈리기도 하고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힘차게 하나하나 이뤄나가며 성장해 가는 소마와 하루마 형제 그리고 미야코를 만나서 즐거웠다.

우리의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너무 빨리 달리면 과부하가 걸리고, 느리게 달리면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직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며, 굴곡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화한 날씨에만 달리는 것도 아니며, 험한 날씨에만 달리는 것도 아니다. 달리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리고 혼자만의 싸움이다.

제대로 달려라.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달린다는 것은. 재대로 달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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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 도시야, 내쫓기는 사람들의 둥지가 되어 줄래? 사회 쫌 아는 십대 5
장성익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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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젠트리피케이션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자기 뜻과는 관계없이 강제로 삶과 생활 터전에서 쫓겨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우리말로는 둥지 내몰림이라고 표현한다.

2012년 한창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본가궁중왕족발사건이다. 20여 년간 온갖 고생을 해서 일구어낸 족발집 건물이 부동산업자에게 넘어가게 된 후 임차료를 터무니없이 올려달라 한다. 억울한 김씨는 다른 조합원들과 손을 잡고 가게를 비워주지 않자 부동산업자는 법으로 비우려 하는 통에 김씨가 부동산업자를 망치로 때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곳으로 우리나라는 서촌을 예로 들었고, 외국은 맨해튼 맞은 편에 있는 브루클린이라는 곳을 예로 들었다. 서촌과 브루클린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이주해와서 독특하고 개성을 갖춘 문화를 만들어나가니까 많은 사람과 관광객이 찾아오게 되었는데 더불어 부동산값도 오르게 되어 임차료가 올라가니 기반을 만들었던 가난한 예술가와 기존 살던 사람들은 쫓겨나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이것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한다.

 

현대 도시는 마치 생물처럼 탄생하고 쇠락하고 다시 부흥하는 다채롭고도 역동적인 변천을 겪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도시공간의 재구성과 재편성이 일어나.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런 도시 변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고 핵심적인 상징이기도 해.’-----30~31

 

2.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중 인격자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원인첫째로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중상류층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주목해 소비 성향과 문화적 취향이 어울리는 쪽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경제적 접근으로 자본시장 특히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자본의 움직임으로 발생한다. 셋째는 정책적 접근으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정책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한가지 원인에 의해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과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경제, 사회, 문화, 공간, 계층, 정치 등 여러차원에서 도시가 안고 있는 수많은 모순과 문제가 서로 부닥치고 겹치고 융합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유형은 주거형(건물의 수선과 개조, 재개발, 재건축), 상업형(영세상권이 중상류층 상권으로 대체될 때), 문화예술형(가난한 예술가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하고 문화행사를 열어 독특한 문화적 매력과 가치를 지닌 장소로 만들어 놓았을 때)이 있다. 이 세 가지가 뒤얽히고 겹쳐 일어날 때가 많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어떤 지역이 관광지로 변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결국은 떠나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도,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프랑스의 파리, 일본의 교토가 대표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 사회와 삶을 들여다 보는 거울이자 이라고 할 수 있어. 이 세상의 압축판인 셈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이해하고 우리 삶을 성찰 할 수 있게 해 주는 맞춤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야.’ ----51

 

3. 둥지에서 내몰리는 사람들

용산참사는 철거민생존을 위해 강제 철거에 맞서는 저항을 했으나 국가 권력의 과잉진압과 여론조작까지 하고 최고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은 그 뒤에 공기업 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는 등 부귀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김석기 국민의힘 국회의원 경북경주)

강제퇴거금지법이 2012년 발의됐지만 2019년 현재 국회의원이 된 용산참사 최고 책임자이자 주범이 바로 이 법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있기도 하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안정적으로 살 주거권과 일할 권리인 노동권은 기본권으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인클로저 운동은 중세유럽 15세기에서 19세기 영국에서 공유지인 방목장 경작지 황무지를 교회 토지에 울타리를 둘러치고서 지주들의 사유지로 바꾸는 일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양을 키워 막대한 부를 쌓은 이들이 젠트리다. 대신 농부들은 도시로 쫓겨났다.

 

1980년대 군부정권에서는 권력의 힘으로 밀어 부치고, 1990년대는 정부권력이 아니라 조합을 설립해 정부와 건설사의 힘을 등에 업고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뉴타운 사업으로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개발해 가난한 사람들은 둥지에서 내몰렸다.

 

4. 돈으로 쌓아 올린 부동산 공화국

도시의 수많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해야 수익을 최대한 많이 올릴까 고민하는 자본주의의 돈벌이 전략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낳았다.

홍대 근처 두리반 사건은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같은 처지로 고민하고 고통받던 문화예술인들이 연대 투쟁하여 두리반의 승리로 인근에 비슷한 상권으로 옮겨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990년대 홍대 앞은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이곳만의 색다른 문화적 매력과 예술적 즐거움이 있었으나 2000년대 접어들어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이 불면서 돈벌이 중심의 상업적 활동이 범람하는 속물적 공간으로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유흥지처럼 변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사람의 온기와 문화의 향기를 갉아먹으면서 삭막하고도 살벌한 잿빛으로 만든다.

 

이제 도시가 추구해야 할 것은 겉모습만 그럴듯한 양적인 성장과 팽창이 아니라 질적인 풍요와 성숙이다. 오늘날 수많은 도시가 인문도시, 문화도시, 사람중심 도시 등을 표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길을 가는데 필요한 도시의 에너지와 잠재력을 좀먹고 있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부동산 계급사회 부동산 불패 신화 부동산 공화국으로 가장 큰 문제는 불로소득과 공적 가치의 사유화이다.

 

5.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방패들

첫 번째는 우리 스스로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1930년대 영국에서 전통적 건축 양식인 아이비하우스를 예로 드는데 이 부동산이 개발업자에게 매각되자 지역 공동체 가치 자산으로 등록해 달라고 지역의회에 요청해 영국 최초로 공동체 가치 자산으로 등록되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주인인 협동조합 형태의 지역 공동체가 직접 운영하는 영국 최초의 뜻깊은 펍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 스스로 건물주가 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이나 개발 바람이 밀어닥쳐도 지역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방식은 세입자나 임차인 등을 보호하는 임대차보호법을 재대로 만드는 일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이 엄격하게 법으로 세입자를 보호하는 이유는 건물은 소유주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입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 낸 자산 가치도 기본권인 재산권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181월부터 시행된 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인상을 1년에 5% 이하로 제한하고, 계약 보장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으며, 임차인을 위한 권리금 보호조항도 이전에 비해 강화되었다.

 

세 번째는 시민과 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민관협치로 도시나 지역의 정책 결정 과정에 민주적인 주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성동구청의 사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면 구조적인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되는데 부동산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기존의 오랜 기득권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6. 장소, 소유, 도시의 참뜻을 찾아서

사유 재산권보다 더 중요한 이떤 특별하고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자.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자. 함께 만든 가치는 함께 공유하는 게 옳지 않겠어? 사회 공동체가 함께 생산한 부와 자원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하게 누려야 하지 않겠어? 장소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함께 일구어 가는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경제, 튼튼한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자치와 자율, 연대와 공생의 원리로 움직이는 공동체 사회, 이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의 궁극적 해법이야.’ ----144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엇인지 젠트리피케이션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에세이 형식을 빌어 청소년들이 알기 쉽고 딱딱하지 않게 적어 놨다. 지금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입에 붙지는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일이다. 3년전 본가궁중왕족발사장 사건으로 매스컴에서 다루면서 이슈화가 됐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일 없던 것처럼 사회는 변해가고 있다. 1990년대에는 홍대 근처가 예술가들이 개성있는 상가를 형성하고 특성있는 상가들이 있어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을 제공했는데 2000년대 들어 거대 자본들이 잠식해 어디든 가면 똑같은 거리로 바뀐 것을 안타까워 하는데 나 또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경제적으로 약하고 권력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소극적인 생각 때문에 개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돈의 편에 설 것인지 사람의 편에 설 것인지?’가 젠트리피케이션의 궁극적인 문제라고 진단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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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피포 - 천재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트레이시 펀 지음, 포 에스트라다 그림, 이상희 옮김 / 현암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하고 나면 참 행복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에서 시작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것을 경험 할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고, 멋있는 사람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스페인과 포루투갈을 여행하고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가우디도 멋진 사람이었다


<바보 피포>는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플로렌스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피포는 금으로 눈송이처럼 섬세한 세공품을 만들고, 보석을 햇빛처럼 반짝거리게 가공하는 장인이었다. 아무도 짓고 싶어 하지 않는 낯선 건축물을 스케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대성당의 돔 설계도를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계도를 들고 가지만 판정관들이 어림없다고 판단하고 내동댕이 쳐 지기도 했다. 하지만 피포는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작업에 몰두했다. 결국 피포의 설계대로 대성당을 짓되 로렌초와 함께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돔 대성당을 지은 사람은 피포였으며, 공사가 끝나고 나서 모든 사람들이 바보 피포가 아니라 천재 피포라고 외쳤다. 처음으로 돔 형태의 대성당을 건설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의 생각을 관철시켜 돔 형태의 대성당을 16년에 걸쳐 건설한 사람이다.


그림책을 보면 배경이 치마입고 타이즈 신은 남자들과 긴 치마를 입은 여자들 모습에서 15세기의 유럽임을 알 수 있다. 이 그림 속에 피포는 미국의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배우 버스터 키튼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그린이가 말한다. 또한 로렌초는 프랑스의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우연하게 닮은 모습으로 그렸다. 이 책의 그림 속에는 그 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실마리들이 많이 담겨 있다. 지오토의 작품에서 따온 두 명의 수도승과 당나귀, 마사치오 작품에서 따온 창문에 앉은 원숭이, 도메니코 기르란다요 작품에서 따온 야생 수퇘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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