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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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빨리 한번 훝어 일고, 두 번째는 천천히 음미하며 책 읽기를 했다. 노트에 메모도 하고 다 읽고 나서 메모한 노트를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근래에 책을 읽으면 눈으로는 글을 읽고 있는데 내용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읽고 있을 때가 많이 있다. 첫 번째 읽을 때 그랬던 것 같다. 작가가 처음 쓴 장편 소설이라 더욱더 심혈을 기울여 썼을 거라는 생각도 있지만, 읽고 또 읽고 곱씹어 읽은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스펙타클하고, 스릴있고, 반전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차분하면서, 짜임새 있고, 문장을 짧게 쓰면서 형식을 바꿔 써서 그 맛이 좋았다.


태어난 지 열 달쯤 되었을 때 까닭 모를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귀가 안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은 엄마와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즉석에서 만들어 썼다. 혼자 노는 방법으로 노래 지도를 만들고, 무용수가 되고 싶은 꿈,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듣지 못해 좌절한다. 중학교 가서 한민과 골든레트리버 마르첼로를 만난다. 마르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관없이 나를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매순간 확실하게 느끼게 했다. 하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은 두렵고 막막하지만 이 둘의 우정과 사랑은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해준다.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과 엄마의 가출로 수지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


헛된 희망을 품지 않기로 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제 나는 혼자다. 처음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몸이 다르고 배려 받아야 할 존재라는 약한 생각은 아예 싹을 잘라 내었다.’--151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한발 한발 꿈을 향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수지를 응원하게 된다. 거창한 꿈이 아닌 내가 이룰 수 있는 꿈을 만들고 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책을 듣는 시간을 창업하는 야무진 수지가 된다.


장래 희망을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내내 배워 왔지만, 사람이 꼭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만 살아야 할까? 아무도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 -중략- 나는 어릴적에 살았던 나의 첫 집이 내게 주었던 위안과 사랑을 생각하며 그런 공간을 다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을 꿈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161


수지야, 잘 사는 거 별거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 최소한 피해 주지 않는 거. 그게 잘 사는 거야. 쓸데없이 친절을 받지 않고, 쓸데없는 친절과 피해를 주지 말고.”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음성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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