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 : 기본 이론편
문수림 지음 / 마이티북스(15번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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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림 작가의 『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는 글쓰기의 기본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연습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안내서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작가가 강조한 "삼다"(다독-다상-다작)의 중요성과 "1년에 100권을 읽는 것보다 1권을 100번 읽는 것이 낫다"는 독서 철학입니다. 글쓰기를 위한 다독은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줄 만큼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글쓰기의 출발점이 창작자의 내면일지라도, 그 목적지는 타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한 대목도 크게 공감되었습니다. 글이란 결국 독자와의 교감과 설득을 위한 도구라는 사실을 잊기 쉬운데, 이 책은 이를 강하게 상기시킵니다. 이는 블로그나 논술을 지도하며 때로는 창작보다 개인 감정에 치우치는 글을 마주할 때 느끼는 저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논술 선생님으로서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글쓰기의 첫 번째 관문은 집중이고, 부족한 점은 매일 쓰며 메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도 부족함을 느끼는 과정입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쓰기-평가받기-고치기"의 반복 과정을 통해 문장을 단련하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글쓰기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필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백지에 연필로 직접 글을 쓰라"는 조언은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유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천해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지만 한계를 느끼는 이들에게까지 유용한 기본서입니다. 단순한 기술적인 팁을 넘어, 글쓰기의 태도와 사고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자가 강의 중 자주 들었다는 "회사와 집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그 자체를 소재로 글을 써보라"고 답하는 부분은, 일상의 재발견과 글쓰기의 출발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는 저도 학생들에게 자주 언급하는 메시지로, 누구나 자기 일상에서 글감과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이 책은 그저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여러 번 읽고 실천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독자의 의지와 노력 없이는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빛을 발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글쓰기의 정석을 따르되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작가로 나아가기를 독려합니다. 글쓰기의 기술을 넘어 진정한 글쓰기를 위한 철학을 제시한 점에서, 모든 글쓰기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행동 없는 배움은 낭비라는 말처럼, 저 또한 이 책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학생들에게 더 나은 지도를 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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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탐정 실룩 4 - 왕관을 노리는 토끼들 변비 탐정 실룩 4
이나영 지음, 박소연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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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탐정 실룩시리즈는 익살스러운 설정과 유쾌한 반전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특히 이번 4권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평소 느긋하게 걸으며 '잘 보고, 잘 듣고, 잘 누자!'라는 신념을 실천하던 실룩이 강토끼 3종 경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끊임없이 뛰는 모습을 보여준 점입니다. 언제나 화장실이 급할 때나 빠르게 움직이던 실룩이 진지하게 경쟁에 임하며 우승 후보로 떠오르는 장면은 의외성에서 오는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대회 도중 발생한 밀실 사건, 사라진 황금 왕관을 두고 벌어지는 추리가 돋보입니다. 실룩과 조수 소소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어린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추리의 묘미를, 성인 독자에게는 가볍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뛰는 것을 중심으로 한 토끼 사회의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특별합니다. 토끼와 거북이를 모티브로 모두가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맹목적으로 뛰는 현실을 꼬집는 작가의 의도는, 어린이 독자에게는 자연스레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어른 독자에게는 경쟁 중심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특히 마지막에 대다수의 어린 토끼들이 더는 뛰고 싶지 않다는 선언은 진정한 행복과 명예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긋한 탐정 실룩의 캐릭터는 단순히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여유와 성찰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변비 탐정 실룩은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가벼운 유머 속에 중요한 메시지를 녹여낸 작품입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즐거움과 교훈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도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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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인형 사계절 그림책
이상교 지음, 휘리 그림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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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인형은 세상과의 거리감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인공 지후가 인형 만들기를 통해 내면의 불안을 치유하는 모습입니다. 헝겊 조각을 하나하나 모아 꿰매며 인형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어쩌면 지후가 자신의 조각난 마음을 모아 새롭게 재건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후 곁에 놓인 크고 작은 인형들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그 자체로 지후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 묘사된 빗방울은 지후의 불안한 마음을 두드리는 동시에, 자연이 아이를 감싸 안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으며 지후의 섬세한 감정선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후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그것이 부족함이 아닌 독특한 성장의 방식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인형 만들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지후가 자신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맺어가는 과정으로 보였습니다. 낯선 외부 환경을 향한 불안과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이를 부드럽게 풀어내는 지후의 여정은 독자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안겨줍니다.

 

 

이 책에서 자연은 지후에게 말을 거는 존재로 그려지며, 아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하얀 꽃 위의 벌, 빗방울,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요소들이 지후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특히, 종이에 물감이 번지듯 표현된 인형 그림은 지후의 심리적 안정과 서서히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완벽하게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열 개의 인형은 세상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세상에 다가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입니다. 헝겊을 꿰매어 인형을 만들 듯, 조각난 감정을 차분히 이어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지후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이를 위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습니다. 불안을 느끼고 두려움에 주저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넵니다. 자연의 세밀한 묘사와 번짐 효과를 통해 표현된 부드러운 그림들은 이야기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며, 독자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과 관계를 맺는 용기를 얻게 합니다.

 

 

열 개의 인형은 자신의 세계를 꿰매어가는 아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여리고 조용한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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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소심한 김치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강경호.달다름 지음, 김혜원 그림 / 고래뱃속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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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소심한 김치는 일상의 작고 사소한 순간을 거대한 상상의 세계로 확장시키며 독자에게 유쾌한 웃음과 깊은 공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소심한 마음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상상력의 날개로 변모시켜 더욱 크고 다채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김치라는 독특한 소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치를 학교에 가져가야 한다는 상황은 어린 주인공 올리에게 있어 어쩌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올리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상상들은 그 소심한 마음을 단순한 두려움으로 축소시키지 않고, 유머와 기발함으로 폭발시킵니다. 특히, 김치가 "안 돼, 학교는 안 돼!"라고 외치며 펼쳐지는 상상의 장면들은, 냄새가 우주로 퍼져 외계인이 찾아온다는 설정까지 나아가며 독자를 웃음 짓게 합니다. 이는 어린 시절 누구나 겪어보았을 법한 사소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 이야기로 변할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소심함을 극복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소심함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소심하다"라는 감정은 흔히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올리는 그 마음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고, 김치를 상상의 친구로 만들어 자신과 소통합니다. 이는 독자에게 자신의 소심한 면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또한, 이 책의 그림과 글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듭니다. 올리의 마음속 상상은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되며, 독자가 그 세계를 직접 탐험하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덕분에 소심한 감정이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완전 소심한 김치는 단순한 아동 그림책을 넘어, 우리 모두가 가진 작고 여린 마음을 존중하고 그것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끄는 상상력의 힘을 일깨웁니다. 올리와 김치가 보여주는 여정은, 우리가 마음속 불안을 긍정하고 그것을 통해 더 넓고 다채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따뜻하게 가르쳐줍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내 소심함도 상상의 거대한 날개를 달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됩니다.

 

 

이 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들여다보고 다독일 수 있는 '엄청난' 하루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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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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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문의 신작 마이 가디언은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관계의 고민과 성장통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열세 살 은하가 베프 다미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정서적 압박과 자기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합니다.

 

 

은하가 다미를 구원자로 여기는 한편, 그에게서 느끼는 불안을 담담히 고백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은하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양보하며, 다미의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 갑니다. 다미의 요구에 억지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결국 자신의 열정인 춤의 자리마저 내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은하의 혼란과 아픔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다미가 SNS를 통해 이지은을 저격하라고 강요하는 장면은 관계의 일그러짐이 극에 달하는 순간입니다. 이 장면에서 다미는 친구라는 이름 아래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종하려 하고, 은하는 그런 다미에게 휘둘리면서도 이를 깨닫고 변화하려는 용기를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과 성장은 단순히 한 아이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지은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는 은하의 여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이지은과 친해지면서 은하는 다미의 태양같은 존재감에 의존하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친구가 없다는 건 수영을 못하는데 구명조끼도 없이 깊은 물에 던져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은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은하의 마음을 선명히 드러냅니다. 이 표현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이 가디언은 단순히 가스라이팅이나 절교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진정한 나만의 중심을 찾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은하가 자신의 가디언이 되어가는 여정은 독자들에게도 넘어져도 괜찮아, 잘 넘어지는 것도 실력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을 남깁니다.

 

끝으로, 이재문 작가가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히 청소년 소설을 넘어선 공감과 성찰의 서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을 지키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넘어질 용기,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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